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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리딩방 ‘미꾸라지’가 질서 망치고 기업은 툭하면 중복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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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K증시…7대 고질병 [스페셜리포트]


4. 불확실한 정보에 주가 조작까지

국내 증시 당일 매매 비중 40~60%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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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서 떠다니는 불확실한 정보도 국내 증시 불신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유튜브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된 주식 관련 영상이 수두룩하다. 가장 큰 문제는 유튜브에서 제작자의 수익이 영상 조회 수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거짓 정보를 유통해도 영상 조회 수만 높으면 제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리딩방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금전 사기를 일삼는 경우도 많다. 이를 이용해 주가 조작 세력이 단타 위주 투자를 부추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리딩방에서 퍼지는 불확실한 정보에 투자자가 과하게 몰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성 단타 매매가 성행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범죄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세력을 선망하는 잘못된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서 단기 거래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 이후 당일 매매(데이트레이딩) 비중은 코스피 40%, 코스닥은 55% 수준이다. 코스피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022년 38%, 2023년 41%, 2024년 40%로 나타났다. 코스닥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54%, 2023년 56%, 2024년 57%로 3년째 증가세가 이어진다.

또한 우리나라 주식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도 주가 조작에 취약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주식 시장 전체 규모가 미국 개별 종목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미국 증시에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 전체 시가총액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 무려 6곳이나 있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급에 따른 변동성은 더욱 확대되고, 투자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종목일수록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결국 금융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처벌에 관대해 금융사기 사건 발생이 많다”며 “지금처럼 주가 조작이 판을 치는 한국 주식 시장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처럼 강력한 처벌로 공정거래가 자리 잡도록 해야 정부가 강조하는 밸류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벌 강화와 함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필수교육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실물경제와 관련한 교육이 미흡한 편인데 사전적 범죄 예방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교육을 통해 투자자도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인한 수익 창출은 범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 툭하면 중복 상장 논란

주주 가치 훼손…자회사 주가도 ‘뚝’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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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하게 나타나는 중복 상장 논란은 국내 증시 매력을 떨어뜨린다. 국내 증시에선 기업이 자회사를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는 곧 소액주주 피해로 연결된다.

최근 두산그룹도 비슷한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연히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존 주주는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의 분할에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소액주주 피해가 부각되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중복 상장 논란은 과거부터 끊이질 않았다. 앞서 2022년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키면서 LG화학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이 증발했다. 2021년 SK케미칼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며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자회사를 물적분할 후 상장시킨 기업 대부분은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LG화학 주가는 3개월 동안 18% 하락했다. SK케미칼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후 주가가 3개월간 9%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후 3개월 동안 주가가 10% 내렸다. HD현대중공업 상장 후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3개월 동안 6% 하락했다.

상장한 자회사 주가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후 3개월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17%, SK바이오사이언스는 5%, HD현대중공업은 18%씩 주가가 내렸다. 결국 상장한 모·자회사 주주 모두 웃지 못한 셈이다.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 권리도 고려하는 기업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복 상장은 결국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에 이은 자회사 상장은 대주주 입장에서 자본 조달 부담을 덜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다만 이는 소액주주의 주주 가치 훼손은 물론,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중복 상장이 일반적이지 않다”며 “국내 중복 상장 비율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증시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복 상장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기준과 규제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 중복 상장에 대한 합리적 판단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보다 기존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근거해 기업의 무분별한 중복 상장을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회사만 남겨두고 자회사는 통합할 수 있는 유인책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의 적극적인 행동도 필요하다. 최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소액주주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한 제동이 걸린 이유도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도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나타내야 한다”며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명순영·배준희·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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