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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은행 사라지는데 여기는 그대로야”...울 할머니, 통장 개설하려 달려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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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4년새 651곳 줄어…지방 감소세 가팔라
전국 2500개 우체국 활용…농어촌에 50% 집중
통합위·한국금융硏 등 은행대리업 필요성 강조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동네엔 버스도 잘 안다니는데, 차도 없고 거동도 불편한 나 같은 늙은이들은 은행 업무를 봐야할 땐 큰 마음을 먹어야한다”

대구에 홀로 거주하는 강(71세·여)모 씨는 동네에 하나 남아있던 은행 점포가 사라져 고심이 크다. 예금·적금·대출 등 은행 업무를 봐야할 때면 옆 동네까지 이동해야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망설이다 결국 미룰 때가 허다하다. 젊은이들이 주로 쓴다는 스마트뱅킹은 스마트폰이 없어 꿈도 못 꾼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지점 축소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위축되자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은행대리업’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은행대리업은 비은행이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행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 점포 수는 2020년 4488곳에서 올해 8월 기준 3837곳으로 651곳 줄었다. 디지털전환에 발맞춰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지역경제 침체로 비수도권 점포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255곳)과 경기(117곳) 지역의 은행 점포는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 8월 기준 전국 은행 점포의 50.8%가 서울(32.4%)과 경기(18.5%)에 집중돼 있다.

그마저 남은 점포도 수도권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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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법을 개정해 단순·규격화된 은행업무 등을 은행 이외의 제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은행대리업 도입을 검토해나간단 방침이다. 현행 은행법상 ‘대리점’을 규정하고 있으나, 정의·진입규제 등 세부 내용이 없어 은행대리업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당국은 은행대리업은 은행의 본질적 업무를 대리하므로 인가제로 운영하되, 복수 은행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1사 전속주의 적용도 배제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은행 업무 대리에 따른 리스크 등을 감안해 영업채널 범위로 은행권 공동 대리점, 우체국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국 2500개 우체국을 은행의 영업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체국은 점포의 약 50%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해있어 대면 은행 업무 수요가 높은 노년층의 접근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체국은 이미 예금,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은행 업무를 대리 수행할 인프라와 경험도 갖추고 있단 평을 받는다.

국회와 전문가들도 은행대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7월 특별위원회 성과 보고회에서 우체국에서 예금 가입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은행 대리업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독일,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은행대리업 운영 현황을 예시로 들며 대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오프라인 채널 수요를 충족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KIF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은행대리업에 대한 규정을 대부분 은행법에 명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리의 범위는 은행의 전반적인 업무를 대상으로 하고 업무위탁 여부와 대리인의 결정은 은행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감독당국은 은행대리인으로서 적격성을 얻은 자에 대해서는 공시를 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거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자봉 KIF 선임연구원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은행대리업 법제 사례를 감안할 때, 은행법으로 은행대리업을 허용할 경우 대리업무의 범위, 대리업자의 적격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공시, 은행의 관리책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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