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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4억명 시장’ 인도증시 상장…4.5조원 자금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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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현대차는 22일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현대차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장재훈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인도증권거래소(NSE) 아쉬쉬 차우한 최고운영자(CEO) 등이 타종식을 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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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넥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주식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은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로 인도 증시 사상 최고액이다. 올해 아시아 증시 IPO 중에서도 최대다. 현대차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인도에 재투자 해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루티스즈키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가치 26조 원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22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상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사장, 인도 증권거래소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진출 이후 인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1996년 인도 첫 모델 상트로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여정이 이어졌고 이제 여정의 다음 장을 쓰게 될 것을 생각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IPO는 신주 발행 없이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 법인 지분 17.5%(1억4200만주)를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15~17일 청약이 이뤄졌다. 청약은 공모 주식수의 2.39배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까지 치솟았다. 49조 원대(21일 종가 기준)인 한국 본사 시가총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현대차는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IPO 이후 신제품 개발과 첨단 기술 및 연구개발(R&D) 역량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인도에서 100만대 생산 체제 구축

현대차는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최근 10년 간(2014년~2024년) 시장 점유율이 11%에서 1%로 급락했다.

반면 인도는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 대국(14억 명)에 올랐다. 인도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매년 7% 이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외에도 LG전자, CJ대한통운 등이 인도를 주목하면서 현지 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시장은 더 주목할 만 하다. 전년 동기 대비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2022년 22.9%, 2023년 8.2%로 시장 확장세가 크다. 게다가 아직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34명 수준에 머물고 있어 추가 성장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첸나이 1·2공장을 기반으로 구축된 현 82만 4000대 생산 체제에서 ‘100만대 생산체제’로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8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있던 제너럴모터스(GM)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시설 정비에 들어갔다.

현재 인도 시장 1위인 마루티스즈키와 판매량 격차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도 67만 대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인도에서 생산량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지 직접 생산을 위한 인도 공급망 구축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인도는 제조업 육성 차원에서 자동차엔 최대 100%, 자동차 부품엔 18~28%에 이르는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부품 조달이 필수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4년간 약 1300개 부품을 수입에서 현지 수급으로 전환했다.

앞서 4월 현대차는 인도의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협약을 체결하며 인도에 배터리팩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준비 작업에도 들어갔다. 현대차의 이같은 움직임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제조업 육성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도 이어져 있다.

정 회장은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장했다”며 “그 결과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이곳,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뭄바이=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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