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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75% 치솟은 배춧값은 언제쯤 '밥상 김칫값'까지 끌어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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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는 1개월가량의 차이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유가 등 원자재와 부품과 같은 중간재 품목이 많은 데다,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산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생산자물가지수의 경제학을 세가지 관점에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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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 배추 가격은 1년 전보다 75% 급등했다. 서울 시내 한 유통업체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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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까지 떨어졌다. 3개월 연속 하락이다. 한국은행은 PPI를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출하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통계"라고 정의한다.

PPI에는 원재료(석탄 등), 중간재(부품), 자본재(기계 등 공장 설비)가 포함된다. 쉽게 말해 생산자가 도매상에게 판매하는 제품 가격의 변화다. 가령, 의료비의 경우 PPI에 의약품원료·한의약품·백신 가격 등이 포함되고, 소비자물가에는 외래진료비·약국조제료·치과진료비가 포함되는 식이다. 이런 PPI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이슈는 크게 세가지다.

■ 이슈❶ 신선식품 대란=9월 PPI에서 주목할 점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없는 신선식품 등 농림수산품 물가다. 전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0%에 불과한데, 신선식품 물가는 9월에도 1년 전보다 8.5%나 올랐다. 9월 농산물과 수산물 물가가 각각 3.7%, 3.9% 오른 것과 비교된다. 배추의 9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무려 75.0%, 상추는 78.0% 올랐다.

신선식품은 냉동·냉장되지 않고 유통되는 식품을 말하는데, 채소·어류·육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신선식품지수의 대상은 어류 11개 품목, 채소 26개 품목, 과일 18개 품목 등 총 55개 품목이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생산자물가 증감률은 –15.3%를 기록했다.

■ 이슈❷ PPI와 CPI=그렇다면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PPI와 CPI의 추이를 살펴보자. 최근 3개월간 PPI 상승률은 2.6%(7월)→1.6%(8월)→1.0%(9월)로 크게 낮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최근 3개월간 2.6%(7)→2.0%(8월)→1.6%(9월)로 낮아졌는데, 이보다 더 하락했다.

단기적으로 PPI는 시간차를 두고 CPI를 끌어올린다. 1980~1990년대엔 8~9개월 정도 시차가 존재했다. 농산물이라면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고, 부품과 같은 중간재라면 생산 기간이 필요하며, 기계와 같은 자본재라면 설치와 생산 시간이 필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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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물가에는 기계 설비 등 자본재나 부품 등 중간재가 대거 포함돼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계설비 전시회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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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연동은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 봐도 PPI가 CPI에 영향을 주는 시차는 8~9개월에서 1개월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원자재나 부품, 기계 설비 가격의 상승을 그대로 도매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원가절감이나 기술력으로 일부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PPI와 CPI 조사 품목이 다르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PPI 조사 품목은 2020년 개편 이후 884개, CPI 조사 품목은 458개다.

■ 이슈❸수출·수입·환율 변수=이런 PPI와 CPI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흥미롭게도 수출입과 환율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수출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은 50.0%, 수입은 47.0%에 달한다.

중간재가 많은 생산자물가는 수출 물가에 반영되고,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구매하는 제품에는 수입 물가가 포함돼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환율은 수입과 수출 가격 모두에 큰 영향을 준다. 환율이 오르면 대체로 수입 물가는 오르고, 수출 물가는 내린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수출입 액수가 큰 품목들의 가격을 조사해서 매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생산자물가를 통해서 수출기업의 실적을 예측해 보려는 시도도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2017년 3월 'PPI와 CPI 격차가 커지면 기업 이익은 감소할까'라는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PPI가 상승해 CPI와의 격차가 확대되면,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GDP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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