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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이번이 마지막 정규앨범”…조용필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만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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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수 조용필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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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우연히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한테만 카메라를 비추고 2등은 외면하더군요. 패자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당시에는 속상하고 힘들었겠지만, ‘언젠간 이길거야’라고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데뷔 56돌을 맞은 ‘가왕’ 조용필(74)의 새 앨범이 말하는 것은 ‘위로’였다.



조용필이 22일 스무번째이자 본인 음악 인생의 마지막 정규 앨범 ‘20’을 발표했다.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길에 힘이 겨워도/ 또 안된다고 말해도/ 이제는 믿어 믿어 봐/ 자신을 믿어 믿어 봐”란 가사처럼 힘이 들더라도 자신을 믿고 조금은 천천히 가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쾌하면서 호방함까지 느껴지는 기타 사운드, 청량감 넘치는 보컬이 어우러져 조용필 특유의 감성이 담긴 모던록 사운드를 선보인다. 조용필에게 작사 콘셉트를 전해 들은 작사가 임서현은 “자신을 믿는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가끔 어긋난 길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5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이날 6년 만에 기자들과 만난 조용필은 “나이 칠십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열심히 했다”며 “정규 앨범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일 거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좋은 곡이 있다면 언제든 발표할 것”이라며 끝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11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그동안 콘서트는 계속해왔는데 음반은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 곡을 만들고 다음날 들어보면 ‘에라’ 소리가 나왔다. 그런 곡이 수백곡은 된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앨범 완성을 위해 이달 초까지 녹음을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창법을 스스로 연구해가며 수도 없이 녹음하고, 코러스까지 직접 부를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집요할 만큼 사운드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의 면모는 이번에도 드러난다. 그는 “이번 앨범 믹싱과 마스터링을 18번이나 수정했다. 미국에 있는 엔지니어가 짜증이 났던지 한국에 찾아와서 같이 차 한잔 하며 얘기를 나눴다”며 “사운드에 욕심이 많다. 음반 만들기 전에 여러 시도를 해본다. 밴드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단발머리’를 만들 때 ‘뿅뿅’거리는 소리를 내기 위해 세운상가를 뒤져 직접 악기를 사 튜닝해서 연주한 일화도 들려주었다.



‘20’은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필링 오브 유’, ‘라’ 등 총 7곡을 담았다. 밴드 사운드에 전자음악을 섞는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 조용필은 작사∙작곡에 참여하지 않고 총괄 프로듀싱과 제작을 맡았다. 대부분 노래의 작곡은 마틴 한센, 다니엘 무카라 등 외국 음악가들이 담당했다. 요즘 케이(K)팝에서 흔히 하는 공동 작곡 형식으로 팝, 록,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아우르는 ‘조용필 팝’을 완성했다. 스타 작사가 김이나는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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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와이피시(Y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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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프로그레시브 록 발라드 ‘왜’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키보드 반주로 단촐히 시작하다가 후반부 폭발하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동양적인 멜로디에 얹어진 조용필의 보컬이 빛을 발한다. 그는 “그동안 많은 곡을 냈지만 이 노래만큼 연습한 곡은 없는 것 같다. 이 한 노래만 몇달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고 결국 대중의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연륜 있는 선배 가수는 요즘 대중과 호흡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조용필은 오히려 음악적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면서 대중과 교감하고 있다”며 “조용필이라는 존재 자체가 후배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2013년 ‘헬로’ 수록곡 ‘바운스’로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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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정규 20집 ‘20’ 앨범 표지. 와이피시(YPC) 제공


이날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배우 박근형, 전미도, 이솜, 변요한 등이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등 기존 영화와 합성한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지금도 집과 스튜디오밖에 몰라요. 음악 외에는 아는 게 없어서 다른 거에는 무식합니다. (음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만두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청년 조용필’의 마지막 멘트였다.



그는 11월23~24일, 30일, 12월1일 네차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서울’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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