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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논현로] 日 새 내각 출범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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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한 역사인식 ‘한일 훈풍’ 기대
지지율 급락…총선 과반확보 변수
시나리오별 면밀한 대응책 마련을


이투데이

미우나 고우나 일본은 지리적·경제적으로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 나라다. 그래서 일본의 정책과 한일 관계의 변화는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일본에서 이달 초 이시바 시게루를 총리로 한 새 내각이 출범했다. 이시바 총리가 아베노믹스와는 다른 경제철학을 보였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일본 새 내각의 정책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인근 국가들과의 역사인식이 온건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반대한 점 때문에 한일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주변 사람들이 이시바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을 때 “다행이다”라고 반응했던 것이나 경제부총리가 “우호적 한일 경제관계가 예상된다”고 전망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시바 내각에 대한 막연하고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 대신 새 내각의 구체적 정책방향을 파악하고, 그것이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은 다수당 대표(현재는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데, 보통 총재 선출과정에서는 각 후보의 정책철학과 공약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새 내각의 정책방향을 알려면 이시바 총리의 과거 발언이나 철학을 참고해야 한다. 그가 비주류 한계로 다수파와의 타협이 불가피한 데다 일반 의원 신분이었을 때와는 완전히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철학대로 내각을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과거 입장과 달리 총리로서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을 봐도 그렇다. 그만큼 현재 새 내각의 색깔과 정책방향은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10월 1일 새 내각이 출범하면서 제시한 기본방침을 보면 앞으로 일본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정부, △일본의 가치를 강화하는 정책,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지방의 권한 강화 및 지방자치, △젊은층·여성의 기회 확대 등 다섯 가지가 그것이다. 이에 맞춰 점차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세부시책을 정해 나갈 것이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새 내각이 ‘임금인상과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을 추구한 전임 기시다 내각의 기조를 계승하되 일부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안정,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피, 금융소득 과세 강화와 법인세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 제고, 비정규직 축소 등 노동시장 개혁,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역 불균형 해소, 중소기업 지원 확대 및 해외진출 일본기업의 리쇼어링 촉진 등을 역점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정책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인데, 현 시점에서 좀 이르지만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경쟁력 변화와 일본자본의 유출입, 양국 기업 간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금리와 환율의 변동 방향과 관련,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금리 정상화(인상)를 통한 물가안정을 주장해 왔는데, 9월 27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직후 엔화 환율이 급락하고 주가가 폭락하자 돌연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나, 2% 중반대의 높은 물가를 바로잡으려면 언젠가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인상은 시기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엔화는 단기적으론 약세를 보이다 금리인상 후 강세로 전환될 것이고, 여기에 내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 엔화 강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한일 상품 간의 수출경합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엔화 환율이 변동하더라도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반면 일본 기업들의 국내 직접투자는 과거 엔고(高) 때처럼 증가할 것이다. 또 일본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된 엔화 자금이 일정 부분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우호적인 한일 관계 인식을 가진 인물이 일본 총리가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도 기본적으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고, 안보적으로는 우익적 입장을 지니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한일 관계가 경색될 위험도 없지 않다. 더구나 27일 총선을 며칠 앞두고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의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와 변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선 이시바 내각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면밀하게 대응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계기를 활용해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평오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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