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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가상자산 ‘1거래소·1은행 체제’가 독점 구조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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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시장점유율 한때 90% 육박

업계 “여러 은행과 거래 허용해야”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마다 1개 은행하고만 거래하도록 한 당국의 ‘그림자 규제’가 독점적 구조를 공고화했다며, ‘1거래소·1은행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독점 문제가 화두가 됐다. 업비트가 거래량 기준으로 한때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업비트 독점구조가 가상자산 시장 왜곡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코스피 상장을 철회한 업비트의 제휴은행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 의존도가 높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점검하겠다고 했고,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업비트가 그동안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진 않은 만큼 업계에서도 섣부른 제재가 자유경쟁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일부터 업계 2위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57.7%, 빗썸은 40.7%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오히려 시장에선 업비트의 독점구조가 굳어진 것은 ‘그림자 규제’의 영향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국의 명시적 규제는 없었지만, 한 거래소가 복수의 은행과 계약을 맺을 시 자금세탁 방지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암묵적인 이유로 거론됐다. 빗썸에 뒤처졌던 업비트는 2020년 온라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한 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1년 만에 시장 지배적 위치를 공고화했다.

1거래소·1은행 체제는 그러나 고객 확보에 제약으로도 작용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다수의 은행과 제휴를 맺으면 각 은행을 사용하는 다양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지만, 단일 은행은 ‘허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은 한번 시작하면 잘 옮기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시중은행마다 고객 연령대가 다르고 장단점이 명확해 활용할 여지가 크지만, 한 은행에만 묶여 있어 고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독점구조를 견제하기 위해선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 가능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은행과의 거래를 허용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생기고 업계도 기술적으로 지금보다 발전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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