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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국제칼럼]노스볼트의 불투명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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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설립된 이래, 노스볼트의 핵심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배터리 원자재 정제, 생산, 재활용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차별점을 앞세워 한·중·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과 스웨덴의 탄소중립, 녹색전환을 이끌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스볼트는 최근 심각한 재정 및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노스볼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스웨덴 내 인력 1600명가량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노스볼트 직원의 20%, 스웨덴 내 직원의 25%에 해당한다. 이어 10월, 노스볼트는 자회사인 노스볼트 에트 익스팬션 AB(Northvolt Ett Expansion AB)의 확장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확장 계획은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에 있는 공장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납기·공급 차질 등의 문제로 BMW와 맺었던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이 지난 6월 취소된 데 이어 폭스바겐도 공급계약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져 결국 전면 중단되었다.

노스볼트는 셸레프테오 주력 공장에서 벌어진 몇 차례의 인명 사고와 독일·미국·캐나다 등으로의 무리한 확장 계획, 유럽 전기차 수요 위축 등 악재까지 겹치며 경영난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기존 경쟁자인 한·중·일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생산능력이 노스볼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점도 노스볼트에 악재로 작용했다. 노스볼트는 이번 파산이 노스볼트 그룹 내 다른 법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존 완성차 기업과 금융업계,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확보하지 않는 한 노스볼트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보고 있다.

노스볼트의 이번 파산을 단순한 기업의 위기로만 보기는 어렵다. 노스볼트는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던 셸레프테오 지역에 공장을 지으며, 침체되어 있는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파산 결정으로 인해 노스볼트뿐 아니라 계열사, 협력사의 이탈이 이어져 지역경제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스볼트는 우리나라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배터리 업계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력이 부족했던 노스볼트는 설립 이전부터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 업체의 엔지니어들을 적극 영입했고, 이에 더해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들을 생산사슬에 포함시켜 협업해왔다. 현재 한국의 7~8개 중소기업이 노스볼트와 계약을 맺고 셸레프테오에서 배터리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노스볼트의 감원 결정과 사업 정리는 국내 업체와 종사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국가들의 녹색전환 노력과 더불어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전기차 도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수요 부족을 이유로 내연기관 차량의 단계적 판매중단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은 노스볼트뿐 아니라 유럽 녹색전환의 미래 역시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경향신문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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