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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주인아, 나 아파" 개소리 들린다…10년뒤 터질 700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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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고 쑥쑥 크는 펫 헬스케어 시장



■ 경제+

지금 당장 내 반려동물과 딱 ‘한마디’ 대화할 수 있다면 대다수 반려인은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어디 아픈 데는 없어?” 그만큼 ‘금쪽같은 내 새끼’가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길 바라는 게 반려인의 마음이다. ‘가슴으로 낳고 지갑으로 모신다’는 말이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 그 이상으로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고, 지갑이 열리는 만큼 시장은 커진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만 해도 약 8조원으로 추정된다. 그중 수의학 발달과 맞물려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대한 반려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쑥쑥 크고 있는 펫 헬스케어 시장을 들여다봤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는 2022년 기준 552만 가구로 총가구 수의 약 24%.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62억 달러(약 8조300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10년 뒤인 2032년에는 152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2030년 493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반려동물을 인간 가족처럼 키우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육아시장과 닮아가고 있다. 가족에게 아무거나 줄 순 없는 법. 반려동물의 기호·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 등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사료나 건강기능식품 품질은 사람이 먹어도 지장 없을 만큼 프리미엄화돼 가는 추세다.

삼정KPMG는 지난 6월 발간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서 ‘인간이 100세 시대를 맞이하였듯, 반려동물은 2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내 새끼’를 위한 예방적 건강관리에 관심이 쏠린다. 한번 아프면 의료비 부담도 상당하다.



소변으로 질병 징후 파악…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가능



중앙일보

핏펫 : 반려동물의 소변검사 키트. 막대에 소변을 묻혀 색상표 위에 올려두고 핏펫 앱 카메라로 찍으면 검사 결과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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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검진 서비스들이 나와 있다. 집에서 스마트폰 앱 정도만 깔면 간단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도 많다. 묘생 8년 차인 기자의 반려묘도 체험해봤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이 개발한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는 검사 막대에 소변을 묻힌 후 핏펫 앱 카메라로 찍으면 당뇨병·방광염·간담관질환 등 10가지 질병 관련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반려견·반려묘 모두 사용 가능. 키트에는 검사 막대와 색상표가 동봉돼 있다. 반려동물이 소변을 볼 때 재빠르게 종이컵 등을 갖다 대 직접 받거나, 배변패드 혹은 화장실 모래에 비닐 랩을 깔아 오염되지 않은 소변을 채취해야 한다. 소변을 검사 막대에 흡수시킨 뒤 1분 정도가 지나면 색상표 위에 막대를 올려놓고 앱 카메라로 수평을 맞춰 촬영한다. 촬영이 끝나면 백혈구·포도당·잠혈 수치 등 10가지 항목 검출 결과를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자의 반려묘는 백혈구 ‘양성’ 의심 반응이 나와 방광염일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실제 한 달 전쯤 받은 동물병원 건강검진에서도 같은 진단이 나와 신경을 쓰고 있던 참이었다.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병원에 방문해 정밀검사를 꼭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 핏펫은 검사 주기를 월 1회로 권장하고 있다. 가격은 1회분 기준 8500원(할인가).

중앙일보

포옹Labs : 포옹Labs의 식이민감도 키트로 식재료별 반려동물의 민감도(알러지) 수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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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푸드 커머스 포옹은 최근 반려동물 진단앱 ‘포옹Labs’를 통해 반려동물 식이민감도(알레르기) 검사 키트를 출시했다. 포옹 앱으로 키트(14만9000원)를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된다. 키트에 타액(침)을 묻혀 반송 봉투에 넣어 보내면 일주일 정도 후 해산물, 유제품, 채소, 육류 등 약 80가지 음식에 대한 민감도 결과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트에 침을 충분히 묻히는 과정에서 반려동물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실제 기자는 발톱을 세우며 침 채취에 저항하는 반려묘 때문에 애먹기도(팔에 몇 개의 스크래치 자국은 남았지만, 성공하긴 했다!). 앱은 검사 결과를 식재료별 안전·관심·주의 등 3단계로 나누고, 상세 수치도 함께 보여준다.

중앙일보

티티케어 : 에이아이포펫이 운영하는 앱 티티케어 내 AI 카메라로 반려동물의 눈과 이빨을 찍으면 의심되는 질환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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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에이아이포펫이 운영하는 앱 ‘티티케어’에는 AI(인공지능) 카메라 기능이 있다. 카메라 초점을 맞춰 반려견·반려묘의 양쪽 눈과 이빨을 찍으면 의심되는 질환을 알려준다. 시시각각 몸을 움직이는 반려동물을 붙잡고 사진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결과는 꽤 정확한 편이었다. ‘길거리 생활’을 할 때부터 허피스(일종의 고양이 감기)를 앓아 온 기자의 반려묘는 현재도 눈꺼풀이 살짝 부어 있고, 각막에 작은 손상이 남아 있는데 이를 AI 카메라가 발견했다.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는 “현재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I 학습용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짖는 소리·성격 분석도 OK…국내시장 10년뒤 20조 전망



중앙일보

카미랩 : 카미랩이 정리한 반려견 MBTI 유형 반려견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열정적인 탐구자’(ESCF) 유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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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심리검사에 특화한 플랫폼 카미랩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사는 반려동물 성격유형 검사, 일종의 MBTI 검사다. 수의사·동물행동학자 등 전문가 집단의 자문, 베타테스트 과정 등을 거쳐 1년 동안 개발한 서비스. 반려견은 183문항, 반려묘는 128문항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산책할 때 자세나 집에서의 태도, 꼬리의 모양 등 평소 반려동물의 행동에 대해 묻는다. 반려견은 16개 유형, 반려묘는 8개 유형으로 나뉜다. 검사료는 1만2000원.

펫테크 스타트업 펫펄스랩은 반려견의 짖는 소리를 바탕으로 한 감정 상태 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교구 서울대 융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AI 기술로 다섯 가지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2021년 CES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펫펄스랩이 운영하는 ‘삐뽀’ 앱에는 반려견 음성 인식 기능이 있어 감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케어할 수 있다. 펫펄스랩 측은 “120여 종의 반려견 음성을 분석해 정확도를 92.8% 이상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을 통해 반려견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더 정교한 건강 및 감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펫시장 겨눈 스타트업 분주…보험산업도 고성장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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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건강관리의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체질을 파악해 평소 질 좋은 음식을 사 먹이는 것, 아플 때를 대비해 미리 보험에 가입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커머스부터 금융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B2B(기업간거래) 사업까지. 펫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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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펫 헬스케어 기업들이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개별 반려동물들의 데이터는 그 자체가 자산이다. 이를 통해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반려동물 커머스계의 ‘쿠팡’을 꿈꾸는 기업들도 많다. 포옹은 진단키트 검사 결과에 따라 해당 반려동물에 맞는 사료, 영양제 등을 추천한다.

지난 2년간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지출한 반려동물 치료비는 평균 78만7000원(KB경영연구소). 이 금액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펫 보험 가입률은 1.4%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보험 비교 서비스를 하는핏펫의 김환기 부대표는 “반려동물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호자 부담이 커 펫 보험 사업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건강 데이터는 반려동물 병원·유치원·미용실 입장에서도 ‘고객님’에 대한 중요한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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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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