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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단독] '비급여 전문' 병·의원, 의료용 마약 1052만정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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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용을 마친 주사기가 용기에 쌓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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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건강보험 급여 청구가 전혀 없는 '비급여 진료 전문' 병·의원이 2000곳을 훌쩍 넘는 가운데, 여기서 취급한 의료용 마약이 최근 3년 새 1000만정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의료기관은 보건당국 감시와 거리가 먼 '마약 사각지대'인 만큼, 관리·조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 급여 청구액이 0원인 병·의원은 2021년 1907곳, 2022년 2033곳, 지난해 2221곳, 올해(상반기 기준) 2816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1년 이후 3년 넘게 급여 청구를 전혀 하지 않은 병·의원이 1493곳에 달했다. 정상 진료를 하면서도 건보 청구가 없다는 건 비급여 진료만 했다는 뜻이다. 이들 대부분은 성형외과 의원이나 전문 과목을 표시하지 않는 일반 의원이었다.

비급여 전문 병·의원은 건보 청구 자료가 없으니 보건당국 조사 전까지는 어떤 의료행위를 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건보 급여 약제를 비급여로 부당 처방하거나, 수술 비용·횟수를 부풀리는 등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진다.

보건복지부 현장조사 결과 2019년엔 10곳 중 5곳, 지난해엔 두 곳 중 한 곳이 각각 적발됐다. 조사 자체가 많진 않았지만, 대상 기관 절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2019년 A 의원은 아예 조사 자체를 거부해 업무정지를 당했고, 지난해 B 의원은 수술 등 부당 청구액만 4억5000만원 넘게 나와 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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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열린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에 의료용 마약인 펜타닐 관련 제품이 놓여져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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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들 의료기관의 마약류 오남용·불법 처방 가능성이다. 서명옥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 급여 미청구 병·의원 2779곳이 2021년 1월~올해 6월 구매한 의료용 마약은 1052만1683정에 달했다. 구매량은 2021년 279만6480정에서 지난해 322만7875정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상반기도 148만정 가까이 구매가 이뤄졌다.

구매량 상위권엔 성형외과나 일반 의원이 많았다(국립병원 등 제외). 1위인 경기도 A 의원은 피부·탈모·성형 등 다양한 비급여 진료를 하고 있다. 역시 구매량 최상위권인 서울 B 의원은 성인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우울증 진료 등을 내세웠다.

의료기관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 주된 대상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상 처방 상위 기관 등이다. 지난해 식약처 점검에선 총 69건의 수사 의뢰가 이뤄졌다. 여기엔 비급여 전문 병·의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 사용 근거 없이 환자에게 졸피뎀·식욕억제제 등을 반복 처방했다 들통 나는 식이다.

하지만 마약 취급이 점차 늘어나는 비급여 전문 병·의원이 빠져나갈 구멍은 일반적인 의료기관보다 큰 편이다.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은 건보 급여 청구 비율이 낮은데다, 환자가 여러 곳을 도는 '마약 쇼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명옥 의원은 "마약 관리 사각지대인 건보 급여 미청구 병·의원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복지부·식약처 등 관계 부처가 협력해 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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