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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법정으로 간 연세대 논술…사상 초유 논술 무효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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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학부모 18명, 법원에 논술 무효 소송·가처분 신청 제기

'공정한 시험 볼 권리' 모호…휴대전화 소지 등 유출 정황 명확해야

뉴스1

12일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정문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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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난 12일 치른 논술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며 연세대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연세대 측은 문제 사전 유출 및 공정성 훼손 사실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해 양측 간 팽팽한 공방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지난 수능 생명과학 Ⅱ 20번 정답 취소 사태처럼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하게 하려면 실제 유출이 일어났다는 직접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21일 밤 연세대를 상대로 문제 유출 논란이 인 논술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집단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해당 전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인용하면 문제가 된 논술 전형은 집단 소송 확정 전까지 입시 절차가 중단된다.

소송에 참여한 학부모와 수험생은 총 18명이다. 하지만 진술서 작성 등 간접적으로 힘을 보태는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참여 인원은 5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소송대리인으론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한다. 김 변호사는 2022년 수능에서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생명과학Ⅱ 20번 관련 집단 소송에서 정답 취소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들은 사전 시험지 배부로 인해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가 생겨 시험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 재시험을 치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시험 시작 전 문제 정보 유출 등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사립대학교의 입학시험은 대학 입학에 직결돼 최소 수능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하지만 항의가 어려운 수험생의 약점을 이용해 태만하게 운영됐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소장에 기재된 구체적 피해 사실은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연세대와 수험생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12일 시험에서 공정성 훼손 논란이 제기된 부분은 크게 △시험 문제 사전 유출 △문항 오기 및 관련 공지 지연 △휴대전화 미회수 등 관리·감독 부실 등이다.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 실수로 시험 시간(오후 2시)보다 이른 낮 12시 55분쯤에 시험지가 배부되고 15분 뒤에 회수 조치됐는데, 대기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전원을 다시 켜는 게 허용됐다는 것이다. 이때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시험 문제가 유출됐으며, 일부 학생들의 경우 풀이법을 챗GPT로 찾아보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A 씨에 따르면, 특정 문항의 표기 오류를 고사실마다 다르게 공지하거나 수정된 정오표를 전달받은 시각이 수험생마다 최대 20분 가까이 차이가 나는 문제도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기 문항과 관련된 사례는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제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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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2024.10.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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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조계에선 이들의 주장이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려면 수험생의 진술 또는 상황 설명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수험생 측이 주장하는 '공정한 시험을 볼 권리'가 모호해 이를 명확히 침해당했다는 증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권리 침해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문제가 사전에 외부로 유출됐다는 증거를 얼마나 가졌는지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익곤 행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인사이트)는 "공정한 시험을 볼 권리를 훼손당했다는 걸 입증하려면 일부 수험생 집단에 달리 적용된 조치가 특혜에 해당돼야 한다"며 "당시 휴대전화를 소지했다는 사실 등 수험생들이 문제를 외부 유출할 수 있었던 상황이 명확하지 않다면 입증 증거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수험생들과 학부모 측은 예상 합격자 발표일(11월 15일) 내로 가처분 결과가 나오고 타 대학의 마지막 수시 시험(12월 1일) 전에 재시험을 치르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가처분 신청은 길면 한 달, 이와 관련된 본안 소송은 몇 달에서 2~3년가량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해당 사안이 다른 전형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할 때 선고가 이례적으로 빨리 나올 수도 있다. 출제 오류 논란이 일었던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 Ⅱ 20번 문항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해당 과목에 응시했던 수험생 92명은 2021년 12월 2일 정답 집행금지 신청 및 정답 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집행정지 신청은 접수 일주일만이자 성적표 배부 전날인 9일, 1심 선고는 15일에 이뤄지며 2주 만에 모든 과정이 일단락됐다.

아직 확률은 낮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연세대 측이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부산 동아대 공예학과와 2023년 광주 전남대 한국화 전공 실기 시험에선 시험 오류 등 문제가 발견돼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수험생 동의를 얻어 재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연세대는 경찰 수사를 의뢰한 만큼 일단 사안을 지켜보되, 아직까진 재시험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상황을 단정 지을 수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전 유출 및 공정성 훼손이 없었다는 입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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