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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비대중성 어종으로 '가정 배달 밀키트' 개발…"생선 먹는 습관 세계로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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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테크2024 ⑤] 정어리 산업화 '포르투갈'…모든 수산물 상품원료로 '아이슬란드'

생선 먹는 습관 기르고 세계로 전파…일본 수산 스타트업 '피슬레'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4 오션테크 코리아>가 10월 2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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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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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수산물은 환경변화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식자원이지만. 고등어, 갈치 등 대중성 어종 중심의 소비구조로 인해 크기가 작거나 선호도가 낮은 수산물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저부가가치로 분류되는 일부 수산물의 경우 매우 낮은 가격에 유통되거나 폐기된다. 이때 발생하는 폐기 비용이나 환경오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저부가가치 수산물은 학문적 또는 사회적으로 정립된 용어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시장 가치나 소비자의 선호도가 크지 않아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수산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저부가가치 수산물은 일시다획성 어종, 계절별 수요 어종, 못난이 수산물 등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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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정어리 축제(출처:aljazeera.com)


◇정어리 산업화 대표 국가 '포르투갈'…모든 수산물 상품원료로 간주 '아이슬란드'

우리나라에서 저부가가치은 수산물 기후 변화, 어업 관행, 소비자의 식품 소비성향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며, 그 수량 또한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예로 일시다획성 어종인 정어리는 2011년에 2500톤, 2017년에 8100톤, 2022년에는 1만2030톤, 2023년에 4만8027톤으로 전년의 약 4배가 넘는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활용 및 수거, 처리, 저장시설 등이 미비해 대부분이 양식장 생사료용으로 유통되거나 폐기(마리당 100원 내외)되는 실정이다.

방어는 겨울철에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일본 등에서 수입하면서 가격이 높아지지만, 수요가 없는 시기에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가격이 1/10로 하락해 저부가가치 수산물로 분류된다.

인천지역에서는 8~9월(금어기 직후)에 물렁꽃게가 일부 어획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폐기 처리돼 연간 약 1137톤의 폐기 손실비용(폐기 비용 kg당 130원)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잘 사용되지 않은 저부가가치 수산물을 '未利用魚(미 이용어, みりようぎょ)'라고 표기한다. '미 이용어'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어류 자원을 의미하는데, 수산물의 유통 과정에서 어체의 크기가 다양하거나 어획량이 적어 비식용으로 돌리거나 낮은 가격으로만 평가되는 물고기를 지칭한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현황과 통계자료는 없지만,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어업으로 인한 어획물을 연간 8426만 톤으로 집계하고 이 중 약 10.8%인 910만 톤의 수산물이 이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에서는 어업으로 연간 321만 톤의 수산물이 어획되지만, 약 9.1%인 30만 톤이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최근 30년 동안 수산물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어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는 수산물을 활용해 식품 손실을 감소하는 소비 캠페인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식용 부위가 적거나 운송 비용이 많이 드는 수산물, 독을 포함한 수산물, 어획량이 적고 시장에서의 거래에 맞지 않은 수산물, 즉 저부가가치 수산물이 종종 인터넷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거나 폐기되므로 일본 역시 미이용 수산물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식품개발 보조금 지원, 수산업계에서는 어류 식품 진흥센터를 통한 소비 촉진, 유통채널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한 수산물 판매 등 전방위적으로 ‘미 이용어’ 활용방안을 강구해 저부가가치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저부가가치 수산물을 활용한 상품화 사례가 있다. 포르투갈은 정어리를 산업화한 가장 대표적인 국가로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국민 대표 생선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정어리 축제도 개최된다.

하지만 최근 자원남획과 기후 변화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어선 어획량 할당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조업 관행을 촉진하고, 구이와 통조림 등 제품 개발을 통한 정어리 산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1977년 이후 선상폐기 금지를 의무화하고, 어획된 모든 수산물을 상품의 원료로 간주하여 상품개발 등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어획 부산물로 버려지던 Lump fish를 R&D 연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해 중국으로 수출했으며, 대구 껍질을 상처 피복제로 개발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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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슬레 밀키트 제품 및 레시피(출처: 피슬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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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먹는 습관 기르고 세계로 전파…일본 수산 스타트업 '피슬레'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낮거나 외형이 정상적이지 않아 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생선인 '미 이용어'를 활용해 밀팩으로 배달하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일본 수산 스타트업인 '피슬레(フィシェル; fishlle)'가 있다.

피슬레는 후쿠오카에서 2022년 6월에 이구치 고시 대표가 창업했다. 일본 연안에서 잡히는 ‘미 이용어’를 밀키트로 개발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월 1회 배송하는 구독서비스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미 이용어'는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어획량이 적기 때문에 가공이나 유통이 어렵고, 맛이 나쁘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생선으로, 일본 전체 어획량의 약 30%라고 한다.

피슬레 이구치 대표는 일본 수산업이 직면한 수산자원의 감소, 어업 종사자 수의 감소, 일본 국민의 생선 섭취 감소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에게 생선을 먹는 습관을 기르고 세계로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수산업에 뛰어들었다.

이구치 대표는 가공한 '미 이용어'를 활용해 냉동팩으로 만들어 전달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조사를 위해 2020년 6월에 ‘미 이용어’로 만든 냉동 밀키트 팩을 클라우드 펀딩했다.

3개월 만에 400명 이상이 밀키트를 구매했으며, 400만 엔가량의 매출 실적도 올렸다. 이후 2021년 3월에 브랜드를 리뉴얼해 피슬레(fishlle)를 정식으로 런칭했다. 2024년 7월 기준으로 밀키트 정기 구독서비스 등록자가 3만7000명을 넘었고, 지금까지 개발한 밀키트 레시피는 약 30종이다.

피슬레가 활용한 '미 이용어'는 현재까지 약 131톤이며, 이 회사가 없었다면 모두 버려졌을 생선들이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생선은 약 20종정도 이지만, 일본 전역의 바다에는 약 3800종의 생선이 있다.

이에 이구치 대표는 잘 먹지 않은 '미 이용어'를 섭취함으로써 수산자원이 회복되고, '미 이용어'를 구매함으로써 생선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어업인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정기 구독서비스로 판매함으로써 수요를 파악하고, 버려지는 생선 없이 지속적으로 어획할 수 있고, 가정에서는 간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어 생선 섭취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피슬레는 지금까지 50여 종 이상의 ‘미 이용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매월 1개의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밀키트 제품은 가정에서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밑간이 되어있고 해동 후 접시에 옮겨 바로 먹거나 간단히 데워먹을 수 있다.

수산물 밀키트 배송 구독서비스의 주 타겟층은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이며, 그 밖에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음식에 관심이 높은 30~50대 독신남과 40대 여성이다. 요리하는 시간이 줄고, 다양한 수산물을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높아 다양한 연령층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교토에 해산물 덮밥 전문점인 ‘겐카이동’을 오픈해 ‘미 이용어’와 교토의 전통 쌀 가게 ‘야다이메 기베이’의 혼밥을 활용해, 신선하고 푸짐한 해물덮밥을 제공하고 있다.

이구치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수산물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회전초밥집은 오히려 늘어났다. 수산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을 요리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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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이 개발한 정어리 제품(출처: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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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화 위한 초기 단계…"기능성 원료 소재 개발·프로세스 정립 등 필요"

우리나라에도 피슬레 구독서비스와 유사한 플랫폼이 있다. 못난이 수산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강원더몰이다. 강원도내 중소기업의 온라인 판매 개척을 위해 강원도경제진흥원이 강원도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공식 쇼핑몰이다.

강원더몰에서는 강원도의 품질 좋은 농산물, 수산물, 특산물을 판매하고, 특히 못난이 상품관을 운영해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못난이 수산물'제품을 정기배송하고 있다. 또 협력사인 롯데ON에서도 제품들을 유통·판매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 '인어교주해적단' 또한 다리가 잘린 냉동 꽃게, 막이 터진 명란 젓갈 등 B급 상품들을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SSG닷컴도 과일과 채소에 국한돼 있던 '못난이 신선식품 기획전'에 수산물을 확대해 어획 과정에서 갈고리 자국이 생기거나 새우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흠집이 난 상품을 한데 모아 정상가보다 30~40%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정어리 대량 폐사 문제에 대응해 비린내 제거를 제거한 통조림 시제품을 개발했다. 또 생산기술을 확립해 단미사료와 펫푸드 시제품 생산, 산업화 가능성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일본의 피슬레와 같은 저부가가치 수산물을 활용한 상품화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

앞서 언급된 국내 플랫폼 사례는 못난이 수산물의 단순 판매할 뿐이며, 정어리를 활용한 사료, 펫푸드 개발과 꽃게를 활용한 꽃게칩 개발은 산업화를 위한 초기 단계일 뿐이다.

저부가가치 수산물을 활용한 밀키트나 가정간편식 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체 간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 및 공동연구 추진 △저부가가치 수산물 활용 기능성 원료 소재 개발 △생산-가공-유통 프로세스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현 은하수산 팀장은 "기업에서는 코로나 펜데믹과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자체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체에서 정부기관, 연구소, 대학 등의 연구 시설이나 가공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 정보와 인적 교류를 공유하는 등 실질적인 연구개발이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낮거나 생산·가공에 한계가 있어 섭취하기 어려운 저부가가치 수산물의 기능성 물질을 분석해 특정 원료의 소재로서 개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오메가-3, 단백질, 아미노산 등 수산물의 풍부한 영양성분을 활용해 사료와 펫푸드 등으로의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의 소재 개발 등 특정 원료의 기능성을 인정받아 소재로 활용한다면 다양한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슬레는 생산자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산물을 공급받아, 자사 공장에서 가공·제조해 온라인 판매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등 직접 유통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는 생산-유통 간 상생 비즈니스 모델이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인력 중심의 가공시설과 보관시설을 자동화 시설로 개선하기 위한 기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기업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식품이나 상품을 가공·개발하고, 전용 음식점, 직거래 장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상품을 유통하는 등 정부,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상품의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팀장은 끝으로 "정부와 기업체 간의 협력과 상생을 통해 저부가가치 수산물이 더 이상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관련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건강하고 맛있는 수산물을 즐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수산물 폐기 비용이 감소해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손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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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투갈의 정어리 어획 모습(출처: aljaze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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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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