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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종합]"돈 빌릴 곳 없나요" 여기 저기 퇴짜맞은 저신용자, 급전창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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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2금융 가계대출 점검 회의 연달아 개최
"'은행' 수준으로 관리하라" 주문…대책 마련 분주


이투데이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은영(52세, 가명)씨는 대출금 상환과 생계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봤다. ‘언감생심’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나마 문턱이 낮은 보험사를 두드렸다. 대출 신청한 지 일주일. 감감무소식에 전화해 본 결과 요즘 대출 심사 기간으로 2~3주는 기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당장 생활비가 급해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높은 카드론과 신용대출을 알아봐야할 판”이라면서 “2금융권까지 대출 빗장을 잠근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대출 문을 바짝 조이면서 저신용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잇따라 소집하며 ‘풍선효과’ 차단에 주력하면서 이미 대출 문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특히 2금융권에서도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강도높은 조치에 들어갔다. 실수요자는 물론 취약계층의 대출절벽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부처와 전 금융권 협회, 지방은행(부산·대구·경남),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토스·케이뱅크)가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앞서 15일 제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개최한 지 8일 만이다.

이날 금융위는 제2금융권(보험업권·여전업권·저축은행업권·상호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 철저한 가계부채 관리를 재차 요구했다. 특히 상호금융 등 일부 업권에서 벌이는 공격적인 영업 형태는 문제가 있다면서 풍선효과 조짐이 보이면 즉각 관리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권 처장은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면서 “각 업권별 가계부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관리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강도높은 당국의 압박에 이미 2금융권은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기준은 ‘은행’이다. 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대출 규제 수준에 맞워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알아서 줄이란 의미다.

보험사들은 유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하나생명이 생활안정자금을 제외한 주담대 대출을 한시적으로 제한했으며, NH농협생명도 지난달부터 유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 취급을 올스톱했다. 현대해상도 이달 신규 대출 신청건을 보류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도 유주택자와 거치형 대출에 대한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심사를 조이는 방식으로 대출을 막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웰컴·고려·세람·우리금융·키움저축은행 등 5곳에 불과했다.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문턱도 높아졌다. 지난달 국내 전업카드사 중 5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KB국민카드가 유일했다.

문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마이너스(-) 12로 예측됐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4분기 대출태도지수도 상호저축은행(-10), 상호금융조합(-27), 생명보험회사(-5) 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상 연말 ‘대출 절벽’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2금융권도 자체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익 원천이 막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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