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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연금과 보험

최고 수익률 18%…내 퇴직연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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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 맞춰 굴리는 TDF…순자산 15조


은퇴 시점에 따라 운용 가능한 타깃데이트펀드(TDF) 순자산이 15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 중이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 상품으로 운용된다. 젊은 시절에는 주식과 고수익 채권을 중심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펴 수익률을 높인다. 중장년 이후 은퇴 시기에 가까워지면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글라이드 패스’ 전략을 편다.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준다는 점이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편 TDF가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올 10월 들어 15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4월 처음 출시된 TDF는 2018년 말 순자산 1조원 초반에 불과했으나 5년 반 만에 약 14배 늘었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 후 성장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TDF 인기 비결 핵심은 ‘편리함’이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 ‘2050’ 등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것이 해당 상품의 타깃데이트다.

예를 들어 60세에 은퇴할 계획이 있는 1975년생 직장인이라면 목표 시점은 1975에 60을 더한 ‘2035’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자산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다. 가입자는 처음 가입 당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일일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높은 수익률도 TDF 인기 요인 중 하나다. TDF는 글로벌 분산 투자로 하락장에서 손실폭을 최소화하면서 상승장에는 높은 수익을 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TDF 상품 평균 수익률은 13.6%로 퇴직연금 원리금 상품(4%)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냈다. TDF는 2022년(-14.8%)을 제외하면 매년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 뛰어난 수익률을 냈다. 201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약 8%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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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Glide TDF 지수 주목

하나운용 ‘다크호스’ 부상

운용사 간 각축전도 치열하다. 지난 9월 TDF 시장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YTD·연간 누적 기준)과 하나자산운용(9월 기준) 성과가 두드러졌다.

데이터·알고리즘 기반 라이프·은퇴 설계 서비스 기업 아이랩에 따르면, 연초 이후 9월 말 기준 빈티지(목표 은퇴 시점)별 수익률을 보면 한국투자운용을 필두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두각을 보였다. 이 기간 한국투자운용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2030·2045·2060 빈티지에서, ‘한국투자TDF알아서(UH)’는 2050 빈티지에서 15% 안팎 수익률로 선두를 달렸다.

같은 기간 NH아문디자산운용 ‘NH- Amundi하나로TDF’는 2025·2035 빈티지에서 11~13% 수익률로 두각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2040 빈티지에서, ‘미래에셋전략배분TDF솔루션’은 은퇴 목표 시점이 임박한 ‘리타이어먼트(Retirement)’ 빈티지에서, 각각 15%, 9% 수익률로 뛰어났다.

빈티지별 9월 수익률에선 하나자산운용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이 기간 하나자산운용 ‘하나행복한TDF’는 2035·2040·2045 등 빈티지에서 2%대 수익률로 선전했다. 이외 ‘미래에셋ETF로자산배분TDF(2025·2050)’ ‘삼성개인연금ETF를담은TDF(2030)’ ‘삼성ETF를담은TDF[혼합-재](2055)’ 등도 고른 수익률을 보였다.

우리 시장에 특화한 벤치마크 ‘MK- Glide TDF 지수’ 대비 9월 상대 수익률에선 운용업계 2강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축전을 벌인 가운데, 하나자산운용 성과도 돋보였다. 매경이코노미는 아이랩과 손잡고 ‘MK-Glide TDF 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MK-Glide TDF 지수는 지난 4월 1일을 기준점으로 한다.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빈티지별 하위 지수(sub-index)로 이뤄진다. 하위 지수는 빈티지별 여러 펀드로 구성된다. 지수는 매달 산출되지만, 구성 비중과 자산은 1년 주기로 매년 2월에 결정된다.

국내 주요 TDF를 망라한 MK-Glide TDF 지수보다 뛰어난 수익률(지난 4월 1일 이후 9월 말 기준)을 거둔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삼성ETF를담은TDF)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ETF로자산배분TDF)으로 나타났다. 전통의 라이벌인 두 운용사는 대부분 빈티지에서 수익률 각축전을 벌였다. MK-Glide TDF 지수 대비 9월 한 달 상대 수익률만 비교하면, 하나자산운용이 두각을 보인 가운데 역시 삼성과 미래에셋이 선전했다. 하나자산운용은 2035·2040·2045 빈티지에서 상대 수익률 선두를 달렸다.

인터뷰 | 영주닐슨 아이랩 대표·성균관대 SKK GSB 교수
“TDF 고성장…은퇴 시점·수수료 고려해야”
매경이코노미

아이랩은 영주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가 개인의 재무·비재무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은퇴·라이프 계획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연구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기관 투자자는 물론 일반 기업에도 회사별 맞춤 TDF 구성이 가능하도록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Q. TDF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나.

A. 미국에선 전체 DC형 퇴직연금에서 TDF 비중이 지난 10년간 23%에서 41%로 2배가량 늘었다. 한국의 경우 이제 막 디폴트옵션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90%를 차지하는 원금보장형 자산이 실적배당형으로 옮겨질 것을 고려하면, TDF도 2030년 이전 30조~40조원을 돌파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Q. 어떤 기준으로 TDF를 골라야 하나.

A. TDF는 나이가 들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글라이드 패스’를 바탕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은퇴연도다. 하지만 같은 은퇴연도를 갖는 상품도 글라이드 패스를 만드는 철학에 따라 주식 배분이 다르다.

높은 주식 배분과 낮은 주식 배분 중 어느 쪽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른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은퇴 시점 주식 배분이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퇴 시점이 가까워졌을 때, 주식 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성과가 좋지 않다면 은퇴 시점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 못할 수 있다.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을 줄이려면 은퇴 시점에 주식 배분이 적은 펀드를 골라야 한다. 장기 투자 상품이므로 수수료를 고려한다면 패시브 혹은 액티브 펀드로 이뤄진 TDF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Q.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곧 시행된다.

A.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쉽게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업자를 수월하게 바꿀 수 있어 ‘퇴직연금 사업자 쇼핑’을 할 수 있다. 투자에 익숙한 퇴직연금 가입자는 더 많은 상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고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원금보장형에 퇴직연금을 두고 있는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실물이전 제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디폴트옵션 제도 성숙과 함께 좋은 디폴트옵션을 가진 퇴직연금 사업자로 갈아타는 선택 역시 할 것이라 본다. 이는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 촉진으로 이어져 상품과 서비스 다양화를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Q. 제도적 인프라는 어떤 보완이 필요하나.

A. 기존 제도에 좀 더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단 퇴직연금이 IRP로 옮겨지면, 기타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해지해 인출할 수 있다. 많은 연금 선진국은 퇴직연금 인출이 법으로 정해진 인출 나이 전 일어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해 인출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 인출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도 있다. 현재의 소비를 미루고 미래의 소비를 계획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럼에도 미래 노후를 위해 제도적 강제성을 부여하고 연금 자산 소비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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