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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양상훈 칼럼] 韓 ‘괴물 미사일’ 아버지의 건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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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 역사에

전무후무할 현무5

이제 안전한 北 지하 없어

‘공포의 균형’ 통한 평화 가능

석유 없으니 원전 만들고

핵 없으니 현무5 만든

엔지니어들 존경합니다

국군의날에 처음 공개된 현무5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과장이 아니다. 크기가 지금 미국 주력 미니트맨 ICBM과 러시아 ICBM과 같다. 탄두 무게는 세계 미사일 역사에 전무후무할 8~9t이다. 미·중·러 재래식 미사일 탄두의 10~15배 이상이다. 미국 전문가는 이런 거대한 미사일이 핵이 아니라 재래식 탄두를 단 것은 효과와 비용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현무5는 김정은에게는 핵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무5에 대한 김정은과 김여정의 발작적 반응은 그들이 느낀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이 핵을 쏘거나 쏘려고 하는데도 미국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김정은이 언제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있든 그 한 명만은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김정은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 남북 간 공포의 균형은 이뤄진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확실한 평화 보장책은 공포의 균형이었다. 김정은은 한국민 5100만명에게 공포를 줘야 하지만 우리는 김 한 명에게만 공포를 주면 된다. 그런 점에서 현무5는 우리가 처음으로 갖는 ‘전략 무기’다. 이제 북한 땅 밑에서 안전한 자는 한 명도 없다.

현무5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고 대체 누가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이런 발상을 했는지 궁금했다. 결국 그를 만났지만 국가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그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평생을 한국 미사일 발전에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2016년 북한이 핵실험을 두 번이나 했다. 그런데 우리는 북을 압도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도 미국이 B-1 폭격기를 보내 시위 비행을 했는데 이게 우리 안보에 무슨 소용인지 개탄스러웠다. 토요일에 고민에 싸여 혼자 연구소를 걷는데 불현듯 고위력 미사일 생각이 떠올랐다. 김정은 지하 벙커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으면 핵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다음 날 담당 연구원들이 모였다.”

고위력 미사일은 8~9t 탄두를 달고 무서운 속도로 내려 꽂히며 땅속으로 파고들어가 폭발한다. 그 위력(E)은 1/2 M(탄두 무게)xV²(속도의 제곱)이다. 탄두 무게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속도는 음속의 몇 배에 달하니 지하에서 폭발하면 작은 지진을 일으켜 지하 벙커를 그대로 무너뜨린다. 이미 한국 미사일의 유도 기술은 목표 지점의 정중앙을 관통할 정도였다. 탄두부 특수 금속, 고도의 기계·전자 지능 신관 기술도 갖고 있었다. 거대 탄두의 초고속 비행을 안정화 시킬 기술이 관건이었다.

그는 “비행 시뮬레이션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 커서 이게 우주로 올라갈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첫 시험 발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잘 올라가 성공하나 싶더니 갑자기 미사일과 교신이 끊어졌다.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모든 경우를 다 점검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실패가 계속됐다. 절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절박한 사람들이 간절하게 구하니 길이 열렸다. 첫 아이디어 뒤 6년 만에 마침내 한국 괴물 미사일이 등장했다.

현무5는 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수 발이 동시에 발사돼 한 지점에 연속으로 떨어진다. 지하에서 막고 피할 방법이 없다.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서 20발 정도를 동시에 폭발시키면 그 피해 반경은 재래식 무기 차원을 완전히 넘어선다. 평양 지휘부가 모여 사는 지역 전체가 사라진다. 필자의 예측이지만 앞으로 현무 6, 7, 8이 계속 나올 것이다. 현무5 몇 배 위력의 미사일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는 “고위력 미사일을 충분히 배치하면 한국 대통령도 핵 가방은 아니지만 ‘전략 가방’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대통령이 결정적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공포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차 대전은 전쟁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과학자들이 끝냈다. 그게 핵을 만든 미국의 맨해튼 계획이다. 우리는 우리 식의 맨해튼 계획이 있어야 하고 과학자들이 애국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미사일 기술은 놀라운 단계에 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다른 전문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에 떠 있는 항공모함을 일격에 격침할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미·중·러와 큰 차이가 없으며 더 앞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방 관련 행사 오찬에서 예정에 없이 건배사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건배사는 ‘나라, 사랑하세’ 였다. 평소 좋아하는 애국가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을 보며 지금의 한국을 만든 엔지니어들을 새삼 존경하게 된다. 우리는 석유가 없지만 엔지니어들은 E=MC²(핵 분열 에너지)으로 원자력 전기를 만들었다. 엔지니어들은 이제 E=1/2 MV²(고위력 미사일)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켜가고 있다.

그는 “남북 과학자들이 마지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 ADD의 숙제는 미사일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와 조사, 수사다. 전임 소장 한 사람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또 다른 전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재판받고 있다. 변호사비도 부담이라고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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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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