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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유엔서 '김정남 암살사건' 거론하자 급발진한 北 "도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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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한국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거론하자 북한이 발끈했다. 북한대표부의 발언에 반박하는 김성훈 참사관./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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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러시아에 병력 파견을 두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설전을 벌인 한국과 북한이 이번에는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맞붙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2017년 있었던 이른바 ‘김정남 암살 사건’을 거론했고, 이에 북한이 발끈해 반박하는 등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가 열렸다. 21일과 22일 같은 자리에서 한국과 북한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를 두고 공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날은 군축 문제 중 특별히 화학무기와 관련한 내용이 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폭동 진압용 신경작용제(RCA)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나머지 미가입 4개국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완전한 이행에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준수를 위해 조건과 지체 없이 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CWC 미가입국에 이스라엘, 이집트, 남수단 등 다른 국가도 있지만 북한을 대표적으로 콕 집어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이 발끈했다.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주권 국가의 자주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미국의 군사식민지인 한국은 전략적 지위를 가진 조선(북한)의 상대가 아니며 핵무기 보유국에 훈계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은 이에 1차 답변권을 신청했다. 김 참사관은 “북한이 이 협약에 가입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모두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화학무기로 피살된 사건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어 “그 비극적인 테러 공격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 중 하나를 며칠간 마비시켰다”면서 “화학무기 암살은 정치적 투쟁을 위해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범행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

주유엔 한국대표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언급하자 발언권을 얻어 반박하는 북한대표부 관계자./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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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북한이 ‘급발진’에 가까운 열변을 토했다. 북한은 2차 답변권을 얻어 “한국 대표단이 이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대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남조선의 도발적 태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심리적 불안과 절박함의 표현으로밖에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수도(평양)에 무인기까지 침투시켜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는 남조선의 범죄행위를 상기시키며 책임 있는 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보복과 복수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김성훈 참사관도 2차 답변권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려 했을 뿐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말하지 않았는데, (북한의 반응이)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한 외교 관계자는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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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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