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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SK하이닉스, AI 열풍 타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왕좌’에… HBM 전망도 ‘장밋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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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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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겨울론’을 비웃듯 올 3분기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던 2018년 최대 실적을 뛰어넘는 성적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0년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조원이나 웃도는 실적을 냈다.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AI 광풍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대 격전지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데 이어 고성능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전 부문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에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 이제 SK하이닉스 ‘왕조’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영업익 2조원 격차로 삼성전자 압도… 주역은 ‘HBM3E’

SK하이닉스는 24일 올 3분기에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 5조7534억원(순이익률 3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이익 약 6조7600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 2분기(16조4233억원)를 1조원 이상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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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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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부분은 SK하이닉스 메모리 매출의 약 70%가 수익성이 높은 서버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모바일, PC에 비해 고부가가치 시장인 서버용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최신형 5세대 HBM 제품인 HBM3E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어닝 서프라이즈’의 기반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며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며 “HBM3E 매출이 HBM3(4세대) 제품 비중을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3에 이어 올해부터는 HBM3E까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HBM3E 공급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자사의 HBM3E가 경쟁사 대비 성능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 특성을 확보했으며 기존 HBM3E 8단 제품을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해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매출처인 범용 D램 시장 역시 DDR5, LPDDR5 등 최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구공정 D램 시장 공급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에도 SK하이닉스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산 메모리 공급 증가로 DDR4 D램 등 구공정 제품 시장에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DDR5, LPDDR5 등 고성능 D램 시장에서는 기술력 격차가 크며 시장도 고성능 D램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는 기업용 SSD에 집중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고용량 64테라바이트(TB) 제품을 앞세워 빅테크 고객사에 공급량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AI 서버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쿼드레벨셀(QLC) 고용량 SSD 제품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 낸드 매출의 약 80%가 SSD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 HBM 공급과잉 우려는 ‘기우’… “추가 주문 빗발쳐”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AI 투자 의지가 확대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앞으로는 컴퓨팅 파워의 요구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현시점에서 AI나 HBM 수요 둔화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히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공급 부족’을 전망했다. 김 부사장은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고객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공급보다는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이에 고객들이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이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는데, 이후에도 고객사들의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특히 HBM3E에 대한 고객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여기에 생산능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의 내년 요구 물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추가 투자도 집행하고 있으나,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수요에 모두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공급 전략, 수요따라 유연하게... 올해 투자 늘려 10조원 중후반”

미래 전망도 밝다. SK하이닉스는 내년 AI가 탑재된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DDR5, LPDDR5 등 고성능 제품의 수요도 계속 오를 것으로 봤다. 내년 D램 수요는 10%대 후반 수준으로 개선되고, 낸드의 수요 성장률은 10%대 중반을 예상했다. 서버 시장 역시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 내년 한자릿수 중후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앞으로 AI 기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메모리의 수요 저변도 넓어지고 시장은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회사는 AI용 제품 경쟁력으로 매출 안정성과 함께 수입 원천을 확대해 앞으로도 시장 수요에 맞는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레거시 메모리 생산을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줄이고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앞당겨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 결정을 반영해 올해 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보다 증가한 10조원 중후반대가 예상된다”며 “내년엔 고객과의 공급 계약 체결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와, 레거시 제품을 줄이는 대신 DDR5·LPDDR5의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등으로 올해보다 투자 규모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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