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NYT "中, 북한군 러 파병 애타고 짜증 났을 것"…북∙중관계 시험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에 이어 미국 정부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 처음으로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정치적 해결에 힘쓰기를 희망한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중앙일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북?러 정상회담이 끝난 지금, 북?중?러 공조의 현실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중국 외교부는 “갈등 당사자가 긴장을 완화하고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23일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불에 기름을 붓지 말라"는 언급만 했다. 이와 관련, 이규형 전 주중·주러 대사는 중앙일보에 "중국 측이 분쟁의 '조속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면, 그 때는 편치 않은 심기를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NYT "북, 중국의 평화 이미지 훼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중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북한의 결정은 동맹국인 중국을 외교적으로 난처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중국은 아마도 애타고 짜증 났을 것(Chafe)"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달 초만 해도 중국과 북한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를 재확인하며 수교 75주년을 기념했지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바람에 중국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난감한 이유는 북한의 이번 파병이 중국의 '평화 추구 이미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중국은 "미국이 새로운 냉전을 벌인다"며 비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 달리 평화를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얻으려 했다. 그런데 맹방인 북한이 러시아를 대신해 서방이 지원하는 군대와 싸우는 상황으로 중국의 '평화 이미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NYT는 "군대 파견 대가로 북·러 군사 기술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단 점도 중국 지도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려는 북한의 노력을 어떻게 억제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면서 "중국은 마비와 무능 사이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이 이번 파병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 여전하다고 짚었다.



"중, 한국에 '우리가 최대 피해자' 논리로 접근할 것"



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러에 자국 입장을 전달하고 압박하더라도, 비공개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는 중앙일보에 "중국은 말을 아끼면서 관망중이다"면서 "북한이 냉전 구도를 만드는 데 열중하면서 북·러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끌어들이려 하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당시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북·중·러 구도로 단단히 묶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선 북·중·러 연대감 유지도 필요하지만, 현재 중국의 최대 외교 목표가 안정적인 미·중 관계 유지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안정이 깨질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강준영 교수는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이나 전쟁 장기화를 획책하는 국제평화 파괴 행위로, 북·러의 행동은 평화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을 난감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스 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다만 중국 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려를 전달할 것이고 북한에도 물밑 접촉을 통해 자제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짚었다.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북·중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고 북·러 관계가 과도하게 가까워진 속에 중국은 대북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 연구위원은 "명시적인 (파병) 반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전병곤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은 한·미·일 밀착을 의식하고 있지만, 북한군 파병 때문에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안정이 저해되는 것도 우려한다"고 짚었다. 전 위원은 "따라서 중국은 북·러에 역내 긴장 고조와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중국이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논리로 한국에도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