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북 파병, 몸값 올릴 도박...“남북 무력충돌 이어질 만한 중대전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3일 북한의 어느 비공개 장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김정은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전투 준비 태세를 점검\'하고 ‘전략 미사일 기지를 더욱 현대화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KCNA)이 전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중론을 고수하던 미국과 나토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공식 확인하자 미국 내 전문가들은 유럽뿐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지형에 근본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북한의 파병 배경과 앞으로 전개될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①김정은은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했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4년 북한-중국 간 무역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자체 위성 이미지 연구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과 러시아 간의 철도 연결을 통한 물자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3일(현지시각) ‘북한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제목의 글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오래된 탄약의 효율성을 시험하고 전투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파병 대가”라며 “북한은 더 많은 식량과 연료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제공하기 꺼렸던 고급 군사 기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올해 초 ‘러시아가 오랜 비확산 규범을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병력 파견은 러시아가 그런 규범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꼭 필요로 하는 걸 주면서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는 분석도 있다.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 센터장인 마일즈 유는 전날 ‘차이나 인사이드’ 팟캐스트에 나와 “북한이 러시아에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특수작전부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잘 훈련된 약 14만명의 특수작전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드문 국가라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푸틴의 주요 수단인 (용병 집단) 바그너의 반란 이후 북 특수부대 파병은 예견된 일이다. 바그너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북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참전 동기 중에는 ‘이념’도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마일즈 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영토를 차지하려는 전쟁이 아니다. 푸틴은 자신을 서방에 맞서는 십자군으로 여긴다”며 “‘함께 이 질서를 바꾸자’며 중국도 깊이 개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인 동시에 중국의 전쟁이고, 북한과 중국이 동맹국으로서 함께 하는 전쟁이다. 그들은 목표를 공유하며 노동을 분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②오스틴 장관이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러시아를 대신해 이 전쟁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스코우크로프트센터 인도·태평양 안보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북한이 파병 대가로 얻는 군사적 능력과 기술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라며 “북한이 군사적 위기나 한반도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중대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중국과 미국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는 북한군의 직접 영향보다 우크라이나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행진에 참여한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③북-유럽, 한국-유럽 간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이번 북한군 파병이 ‘유럽연합-북한’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유럽은 미국과 비교하면 북한에 더 중립적이었다. 북한은 미국·한국·일본보다 유럽과 더 활발히 교류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 유럽은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한국-나토’ 관계도 새로워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나토는 2006년에 파트너국이 되었고, 2023년에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으로 발전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국제사회의 선택지는?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고려할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떤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주요7개국(G7) 국가들과 한국, 호주 등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지난주 미국, 일본, 한국 등이 설립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에 힘이 실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간의 협력이 더 긴밀해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 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는 가디언에 “러시아는 이전에는 베이징에서만 볼 수 있었던 종류의 정치적 지원을 평양에 제공했고,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 나라를 더 가깝게 만드는 촉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차이나 허브 셜리 마티 헤이거스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가까워지면서 전 세계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