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어느 비공개 장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김정은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전투 준비 태세를 점검\'하고 ‘전략 미사일 기지를 더욱 현대화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KCNA)이 전했다.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중론을 고수하던 미국과 나토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공식 확인하자 미국 내 전문가들은 유럽뿐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지형에 근본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북한의 파병 배경과 앞으로 전개될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①김정은은 왜 지금 이런 행동을 했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4년 북한-중국 간 무역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자체 위성 이미지 연구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과 러시아 간의 철도 연결을 통한 물자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3일(현지시각) ‘북한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제목의 글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오래된 탄약의 효율성을 시험하고 전투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파병 대가”라며 “북한은 더 많은 식량과 연료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제공하기 꺼렸던 고급 군사 기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올해 초 ‘러시아가 오랜 비확산 규범을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병력 파견은 러시아가 그런 규범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꼭 필요로 하는 걸 주면서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는 분석도 있다.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 센터장인 마일즈 유는 전날 ‘차이나 인사이드’ 팟캐스트에 나와 “북한이 러시아에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특수작전부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잘 훈련된 약 14만명의 특수작전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드문 국가라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푸틴의 주요 수단인 (용병 집단) 바그너의 반란 이후 북 특수부대 파병은 예견된 일이다. 바그너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북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참전 동기 중에는 ‘이념’도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마일즈 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영토를 차지하려는 전쟁이 아니다. 푸틴은 자신을 서방에 맞서는 십자군으로 여긴다”며 “‘함께 이 질서를 바꾸자’며 중국도 깊이 개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인 동시에 중국의 전쟁이고, 북한과 중국이 동맹국으로서 함께 하는 전쟁이다. 그들은 목표를 공유하며 노동을 분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②오스틴 장관이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러시아를 대신해 이 전쟁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스코우크로프트센터 인도·태평양 안보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북한이 파병 대가로 얻는 군사적 능력과 기술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라며 “북한이 군사적 위기나 한반도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중대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중국과 미국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는 북한군의 직접 영향보다 우크라이나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행진에 참여한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③북-유럽, 한국-유럽 간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이번 북한군 파병이 ‘유럽연합-북한’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유럽은 미국과 비교하면 북한에 더 중립적이었다. 북한은 미국·한국·일본보다 유럽과 더 활발히 교류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 유럽은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한국-나토’ 관계도 새로워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나토는 2006년에 파트너국이 되었고, 2023년에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으로 발전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국제사회의 선택지는?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고려할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떤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주요7개국(G7) 국가들과 한국, 호주 등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지난주 미국, 일본, 한국 등이 설립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에 힘이 실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간의 협력이 더 긴밀해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 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는 가디언에 “러시아는 이전에는 베이징에서만 볼 수 있었던 종류의 정치적 지원을 평양에 제공했고,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 나라를 더 가깝게 만드는 촉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차이나 허브 셜리 마티 헤이거스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가까워지면서 전 세계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