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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인하 시작…‘자금 대이동’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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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9월23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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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엔에이치(NH)농협과 우리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반영한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리인하기 시중자금 대이동의 전조현상이 될지 주목된다.



NH농협은행은 이날 거치식 예금금리를 0.25~0.40%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는 0.25~0.55%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적립식 예금금리를 0.20%포인트 인하 조정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터라, 대출금리 말고 예금금리부터 시중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셈인데, 지난 11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정폭(0.25%포인트)보다 좀더 큰 폭의 금리 인하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동안 저축성예금 잔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은행 전체(저축은행 제외)로 보면 저축성예금 잔액은 금리인상기 돌입(2021년 8월) 직전인 2021년 6월말 1503조5천억원에서 지난 6월말 1818조2천억원으로 314조6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345조9천억원에서 335조3천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다. 투자처를 찾는 대기성 자금이 줄어든 반면, 안정적이면서도 고금리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저축성예금에 자금이 몰린 셈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동반 하락하면 은행 예·적금 상품에 몰려들었던 뭉칫돈이 장·단기 금융상품(MMF, 펀드, 채권, 상장지수펀드 등)이나 저축은행·상호금융 고금리 상품을 찾아 은행에서 이탈하는 ‘자금 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수익률 쇼핑’(Rate Shopping) 현상이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 운영 비용이 없어 경쟁력 있는 예금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뭉칫돈 이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기술 발전으로 금융상품간 자금 이동이 빠르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터라, 이번 금리인하기 자금 이동 양상은 과거보다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은행들로서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 인하 국면에서 은행은 예금 등 조달비용 하락 폭에 비해 대출·채권포트폴리오투자 등을 통한 이자수입 감소 폭이 더 큰 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간 대출경쟁이 격화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되는 반면, 예금금리는 치열한 수신 경쟁 등으로 대출금리 보다 느린 속도로 하향 조정돼 자금조달 비용이 높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자마진 방어를 위해 예금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 예금기반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 셈이다.



금리인하기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영국 사례를 눈여겨 볼 만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정책금리 인하에 착수한 영국의 경우 금융감독청(FCA)이 지난 9월에 예금자 보호의 일환으로 예금금리 인하를 고객들에게 더 빨리 전가하지 말도록 시중은행에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 8월1일(현지시각)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연 5.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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