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한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관련,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문제는 원내사안"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서자 한 대표가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는 친윤·친한 지도부가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으로 촉발된 당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모양새다.

한 대표는 24일 오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당 대표의 임무와 관련해서 제가 오해가 없도록 한 말씀 드린다.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포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원내의 업무인 금투세 폐지나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등에도 당 대표가 앞장서는 것"이라며 "당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를 뽑는 전국 규모 선거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해당 발언은 전날 한 대표가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관계 없이 윤석열 정부 특별감찰관 임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추 원내대표가 보인 반응을 겨냥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발언에 대해 "원내 사안"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의원총회이고 그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한 바 있다. (☞ 관련기사 :한동훈 "김건희 특별감찰관 추진" vs 추경호 "원내 사안, 의총에서 결정")

한 대표는 이날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지금까지의 입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국민들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며 "특별감찰관의 실질적인 추천과 임명 절차 진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 이건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면담 당시 본인의 감찰관 임명 요청에 대해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취지로 답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국민들은 이런 것도 안 하면서 무슨 변화와 쇄신을 말하느냐고 하실 것", "국민들은 특별감찰관 하기 싫어서 대통령 주변 관리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치기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오해하실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또 이날 모두발언 와중에 "민심이 우리에게 오게 하겠다. 그걸 위해 변화와 쇄신하겠다", "당 대표로서 (변화와 쇄신에 있어) 제가 맨 앞에 서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대한민국 우상향을 위해 가야할 길을 가자"는 등 윤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본인이 강조해 온 '민심'을 거듭 내세웠다.

이날 최고위 회의석상에선 장동혁·김종혁 등 친한계 최고위원이 한 대표 발언을 거들고 나서고, 이에 김재원·김민전 등 친윤계 최고위원이 반발 혹은 견제에 나서는 풍경도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지도부 공식석상에서 계파 갈등이 분출한 것이다. 이날 추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 참석차 최고위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어떻게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108명의 틈을 만들려 하고 있다. 틈을 보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라며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특검법을 막아내는 마지막 힘은 108명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작은 걸 지키려다 모든 걸 잃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리가 대통령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도조차 온갖 비합리적 이유를 들어가며 도입을 회피한다면, 그것이 여론과 민심으로부터 어떤 평가 받고 어떤 결과 초래할지는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며 "대법원 유죄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사람을 사면·복권 시켜서 다시 그 구청장 선거에 출마시켰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두가 다 아실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난 총선에 대해서도 "총선에서 저희가 대패한 이유도 여론을 외면하고 민심을 성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에 힘 입어 당 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전 대표가 이끌었고, 4월 총선 당시 한 대표는 역시 '민심'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갈등 구도를 보인 끝에 패배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민심을 성나게 하는 정치는 제발 그만하자"고 했다. 또 그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난 2022년도 발언인 "꼴사나운 윤핵관들 행태", "특별감찰관 조속 임명" 등을 최고위 석상에서 인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친윤계에서도 반격이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인 당원을 비판할 때는 적어도 일정한 금도(금기)가 있어야 된다"며 "우리 편에게 가해지는 공격이 정도를 넘어갈 땐 그것 또한 우리 편에게 상당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한 대표 측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에 보수 대분열로 보수진영이 참담한 고초를 겪었다"며 "자해적 행위로서 보수진영의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많은 걱정이 또 있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윤 정부 관련 야당이 제기한 의혹들을 겨냥 "지금까지 나온 각종 의혹 사건들은 거의 1달 정도는 언론을 엄청나게 시끄럽게 쓰나미 급으로 의혹이 몰려왔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역시 채상병 사건, 김건희 의혹 등 정부 관계 의혹에 대해 '정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 대표 측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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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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