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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특감으론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도 못 들춰…시기·권한 모두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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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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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이 임명되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아웃 오브 컨트롤’ 상태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늦었다.”



박근혜 정부 특별감찰관실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24일 한겨레에 “감찰은 예방 기능과 함께 문제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김 여사 의혹은 이미 너무 불거졌고 많이 알려진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임기) 중간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자고 하는 것은 실기한 것이다. 하려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때,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때 해야 했다. 특별감찰관이 임명되면 김 여사 관련 감찰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과거에도 그러다 특별감찰관이 고발당해서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 아니냐”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6개월만 존속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해 수사의뢰한 직후 ‘국기문란’으로 몰아세웠다. 이 특별감찰관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자 “기관을 없애려는 의도”라며 사직서를 던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석열계 반대에도 김 여사 의혹의 조속한 해소가 필요하다며 ‘11월15일 전’으로 특별감찰관 임명 시기를 못 박았다. 특별감찰관은 ‘권력형 비리 사전 예방’을 주요 직무로 한다. 법조계에서는 권한·인력 등이 제한적인 특별감찰관은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한 김 여사 의혹 규명 수단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특검을 수용하라고 했더니,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으로 동문서답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별감찰관실에서 감찰 업무를 담당했던 이 인사는 “이미 (의혹 등이) 많이 나왔는데, 특별감찰관이 조사해서 다시 검찰로 넘기게 될 경우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옵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특별감찰관은 (김 여사 의혹 해소 수단으로)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특별감찰관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 감찰 대상 190명…주가조작 감찰 못 해





특별감찰관의 감찰 권한·범위·기간 등도 문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 대상으로 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5년 임명 직후 작성한 감찰 대상자는 190명이었다. 배우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 161명, 현직 비서실장·수석비서관 11명, 전직 비서실장·수석비서관 18명 등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보다 감찰 대상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법은 감찰에 나설 수 있는 비위 행위를 △차명 계약 및 알선·중개 △공기업·공직 유관단체 수의계약 및 알선·중개 △인사 관련 부정 청탁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등 5가지로 제한한다.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김 여사를 감찰하더라도 주가조작 의혹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 공천 개입 의혹도 감찰 범위에 포함되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 특별감찰관실 출신 인사는 “의혹 사안이 있다고 갑자기 주가조작을 감찰 대상에 포함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게다가 감찰은 착수 1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 허가를 받아 1개월 단위로 감찰을 연장해야 한다. 검찰이나 특검과 달리 수사권이 없다. 자료 제출·출석·답변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감찰 결과는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며, 고발·수사의뢰를 해야 할 경우 검찰총장에게 해야 한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혐의까지 불기소한 이후 국회 탄핵소추가 추진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문재인·윤석열 정부 8년간 공석 상태다. 여야는 입장을 바꿔가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지만, 해마다 텅 빈 사무실을 유지하는데 10억원 안팎의 예산만 쓰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에선 취임 전에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의지를 보였던 두 전·현직 대통령이 소극적 태도로 돌아선 데는, 결국 가족 문제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용산 ‘한동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는 정면충돌을 불사하며 당내 갈등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24일 아침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공지했지만, 한동훈 대표는 1시간 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한다”며 갈등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다. 전날 추 원내대표가 ‘원외 대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에 반대 뜻을 밝히자, 이를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 자리를 빌려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돼 있고, 당의 정체성 또한 중요하다.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연계 문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동의하기 전이라도 특별감찰관 임명부터 하자는 한 대표 요구를 ‘당 정체성’을 거론하며 거부한 것이다. 뒤집어 보면, ‘한동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 두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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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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