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아파트’의 주역 블랙핑크 로제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애틀랜틱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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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아파트 아파트’에 중독됐다. K팝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곡 ‘Apt.’(아파트)가 흥행가도에 오르면서다. 브라질 콘서트장에서도, 독일·호주의 클럽에서도 현지인들이 ‘아파트 아파트’를 떼창 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국내에선 다음 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만큼 ‘수능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우스개가 나왔다. 한국식 술 게임에서 비롯된 곡이 세계인의 호기심을 끌면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등 우리 술 문화까지 한류 열풍에 올라탈 기세다.

로제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개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발매 5일 만인 23일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넘었다. 국내 음원 차트 멜론·지니뮤직뿐 아니라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일간 차트 1위, 아이튠즈 ‘톱 송’ 차트 40개 지역 1위를 휩쓸었다. 이 추세라면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인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5위권에 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 여성 솔로로선 로제 자신의 ‘온 더 그라운드’(70위) 이후 최고 기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빌보드 순위는 29일(현지 시간 28일) 발표 예정이다.

로제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평소에 친구들과 하던 놀이에서 착안해, 스튜디오에서 놀다가 자연스럽게 쓰인 곡”이라며 “많은 분이 함께 듣고 즐겨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파트 게임은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양손을 층층이 쌓아 올리고 바닥에서부터 하나씩 손을 빼다가, 술래(주최자)가 외친 특정한 숫자에 걸리면 벌주를 마시는 놀이다. 노래는 시작부터 ‘채영이(로제의 한국이름)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가사로 화기애애한 술자리를 연상시키고, ‘잠은 내일 자고 오늘은 미쳐보는 거야/그냥 나를 아파트에서 만나면 돼’라는 가사가 분위기를 띄운다. 뮤직비디오에서 로제와 마스는 연신 건방진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리거나 편하게 장난을 쳐가며 노래한다.

‘아파트 게임’을 하고 있는 브루노 마스(왼쪽)와 블랙핑크 로제. 사진제공=브루노 마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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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성공 요인으로는 곡의 중독성과 함께 전략적인 협업이 꼽힌다. 로제와 같은 미국 애틀랜틱 레코드(워너뮤직그룹) 소속 간판스타인 마스가 피처링에 참여해 발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마스가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로 ‘아파트’를 발음하고, 한국어 ‘건배’를 외치거나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복고풍의 익숙한 멜로디를 쓴 전략도 적중했다. 금세 따라 부르게 되는 이 선율은 토니 베이즐의 히트곡 ‘헤이 미키’(1980년)에서 따왔다. 더블랙레이블에 따르면, 정확히는 해당 곡을 ‘인터폴레이션’한 것이다. 흔히 기존 곡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샘플링’과 달리, 기존 곡을 응용해 재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또 2분 50초 분량의 짧은 곡 진행에서 ‘아파트 아파트’를 6번씩 반복하는 후렴구가 5번이나 등장하니, 숏폼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여기에 더해 뉴질랜드에서 자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로제는 곡 홍보용 유튜브 영상에서 ‘소맥’ 제조법과 마른 오징어·청양 마요 등 이색적인 K푸드를 소개하며 해외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최근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컨트리 등 장르 음악이 많았는데, ‘아파트’처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볍고 재밌는 음악은 언제든 필요하다”며 “로제가 미국 대형 레이블, 국내 K팝 기획사와 손잡은 만큼 팝스타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친숙하고 유연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로제는 이번 곡을 포함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총 12곡을 모아 정규 솔로 1집 ‘로지’(rosie)를 12월 6일 발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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