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美 "북한군, 우크라전 투입땐 표적 될것" 경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정치권도 "미군 직접 개입해야"

나토, 미사일 지원·맞파병론 고개

러 하원은 북러조약 만장일치 비준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될 경우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장거리 무기로 북한군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기술을 이전받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번 사건이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있어서도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24일(현지 시간)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북러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의 러시아군 훈련 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며 “북한군이 서부로 이동해 전선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사냥감,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늘 발표한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정보를 다운그레이드한 것”이라며 정보 자산이 상당히 쌓여있음을 시사했다. 국가정보원의 정보 공개 이후에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던 미국이 백악관 차원에서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이 파병한 첫 부대가 이날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는 있지만 북한군이 실제 교전에 참여할 경우 전쟁은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정보위원장(오하이오)은 성명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를 침공하려 한다면 미국이 북한군을 겨냥해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지원이나 맞파병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나토의 개입 확대는 러시아의 거센 맞대응을 불러올 수 있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표적인 친러 인사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얻을 반대급부를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개선이나 수중 미사일 발사 시스템 등에 있어 러시아에 기술 협력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위해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진단하면서 “김정은은 예전부터 미국의 방공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ICBM 기술과 핵 잠수함 개발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도 이날 파병된 북한 병력의 전투 능력 등에 의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북한군의 파병은 2년 반 넘게 우크라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를 구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 균형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경제적·군사적 측면 등에서 러시아의 추가 지원을 끌어낼 수 있고 그동안 절실했던 현대전에 대한 직접 전투 경험을 얻어 한반도에서 더 큰 ‘장난(mischief)’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의 맏형 역할을 자처해온 중국의 외교적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스스로를 평화를 위한 세력으로 내세우면서 미국이 신냉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면서 “중국의 유일한 조약 동맹국인 북한이 러시아를 대신해 서방 진영의 지원을 받는 군대와 싸울 것이라는 예측은 이런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킨다”고 짚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