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대한다지만 '정책 후퇴' 비판 거셀 듯
용산 생태교육관은 "김 여사 위한 사업" 지적
댐 후보지 14곳 선정 절차 '깜깜이'란 비판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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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현행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 의무화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긴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환경부 내에서 '학계·언론 우군화' 전략과 함께 검토돼 논란이 됐던 '일회용컵 유상판매' 방안에 대해서는 "당분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 "획일적 확대보다 지역 상황에 맞게"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편 방향을 보고하면서 "현 제도를 획일적,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개편 방향의 골자는 '보증금제를 강제하지 않고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게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보증금액을 알아서 정할 수 있게 하고, 제도 시행 범위도 지역 전체, 중심상업지역 등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설계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일회용컵 보증금은 300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아울러 야구장, 대학 같은 대형시설 중심 점진적 확대, 카페 프랜차이즈 단위 자발적 시행 촉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지역 여건에 따라 시행하니, 시민 수용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논란도 덜할 것이라는 게 환경부 기대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2년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24일 보증금제 시행을 각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전국 시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강제는 없다'는 것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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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환경부 발표로 '전국 의무화'는 완전히 폐기된 셈이라 '정책 후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전국 확대 기조는 유지한다고 하지만, 지자체와 소비자 자율에 맡겨 시행 동력이 실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의결 이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2022년 12월 제주와 세종부터 실시됐던 이 제도는 결국 4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김 장관은 앞서 8일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던 '일회용컵 보증제 대안' 문서에 대해서는 이날 공식 사과했다. 해당 환경부 내부 문건에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을 유상판매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학계, 시민사회, 언론 등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해 "여론 환기 유도"를 한다는 내용도 담겨 논란이 일었다. 김 장관은 "여러 혼란과 우려, 오해를 드리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부적절한 내용"이라고 했다.
'김건희씨' 호칭 두고 여야 의원 간 고성 오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왼쪽) 여사가 지난해 7월 7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은 해당 장소를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 예정지'라고 발표했는데, 사업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사용승인 요청을 한 것은 바로 전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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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6월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 개관한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이 김건희 여사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의 만남에 맞춰 계획이 급조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련 기사 : '김건희-구달' 만남 위해 급조된 생태교육관?... 23억 예산도 슬그머니)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해 5월 말 제출된 환경부 예산안에는 교육관 관련 예산이 없었는데, 6월 대통령비서실에 의해 김 여사와 구달 박사 만남이 주선된 후 갑자기 교육관 건립을 위한 예산 23억여 원이 엉뚱한 항목에 편성된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건희씨를 위한, 김건희씨에 의한 사업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생태관이 서울권에는 없어 (부처 자체적으로) 설치를 구상해왔는데 이것(둘의 만남)을 계기로 설치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이 몇 차례 '김건희씨'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가려서 말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한때 여야 의원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 의원이 "각자 판단과 표현은 자유로운 것"이라며 "이미 국민적 평가가 '김건희 정부' '윤건희 정부'라는 말도 나온다"고 하자, 여당 의원들은 "나오는 말이라고 그대로 내뱉느냐" "다른 상임위가 '기승전-김건희 여사'가 되고 있는데 환노위라도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계획안서 빠진 댐 후보지 4곳 "포기 아니다"
박경범 감천댐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환경부 기후대응댐 정책 규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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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댐 후보지 14곳에 대해서도 지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야당 의원 지적이 잇따랐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4곳 지정 과정에서 공식 회의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고 실무진 회의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날 "(댐 후보지가) 실무진끼리 짬짬이로 결정됐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고, 사업이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겠냐"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최근 14곳 중 주민 반발이 거센 4곳을 제외하고, 10곳에 대해서만 하천유역수자원관리 계획안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4곳의 댐 건설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공감을) 얻어서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댐 건설 반대 지역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 민주당·진보당 환노위 의원이 모여 "기후위기 시대에 토건주의는 해답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는 기후대응 핑계를 그만두고 신규 댐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환경부·기상청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당초 장 고문은 지난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일본 출장'을 명분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17일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이 재의결돼자 이날 국감장에는 출석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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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는 잇단 중대재해와 반복적인 환경 법령 위반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켜 온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과 주민들께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장 고문은 제련소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에게도 사과할 뜻을 내비쳤다. 최근 1년 사이 이곳에서는 비소 중독, 작업 중 사고, 열사병 등으로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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