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마을축제에서 합창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위기 청소년으로 꾸려진 부전느루합창단이 지난 20일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2024년 부산진구 청소년어울림마당&부전1동 마을축제’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



지난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근처 송상현광장에서 열린 ‘2024년 부산진구 청소년어울림마당&부전1동 마을축제’에서 ‘부전느루합창단’ 청소년 30여명이 손뼉을 치며 대중가요 ‘붉은 노을’을 부르자, 주민들이 떼창을 했다. 단원들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오자 선생님들이 수고했다며 청소년들의 등을 두드렸다.



부전느루합창단은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들로 꾸려졌다. 2014년부터 부산 지역의 위기 청소년들을 보호·관리·교육하고 있는 사단법인 틴스토리가 지난 6월 만들었다. 합창단 이름에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라는 뜻인 느루를 붙인 것은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전문 지휘자와 반주자는 이들에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붉은 노을’ 악보를 나눠주고 발성법부터 가르쳤다. 이후 각자 연습을 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틴스토리가 운영하는 ‘부산진구 부전 청소년센터’ 5층 강당에 모여 입을 맞췄다. 연습 날에 나타나지 않으면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이번만큼은 포기하지 말자”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날 무대는 넉달의 결실이었다. 우아무개(18)군은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성 부산진구 부전 청소년센터 팀장은 “위기 청소년들은 사회와 단절된 상태로 지내다 보니 남들과 소통하기 쉽지 않다. 합창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꿈을 키우며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위기 청소년은 절도·폭행 등 다양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이들을 사회가 외면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지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절한 돌봄과 보호가 필요하다.



이에 틴스토리는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 집으로 찾아가 차량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학교 부적응 학생은 틴스토리에서 책을 읽히고 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심리상담을 하고 가정 환경도 살핀다. 틴스토리는 “현재 1500여명을 관리하고 있는데 해마다 3분의 2 정도는 학교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부전느루합창단원들이 부산 부산진구 부전 청소년센터 5층 대강당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위기 청소년들이 부산진구 부전 청소년센터 5층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지난 10일 틴스토리가 운영하는 가출 여학생 쉼터가 틴스토리 10돌을 기념해 숙소를 개방했다. 작품들은 가출한 여학생들이 만들었다.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틴스토리는 위기 청소년을 1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공공기관과도 손을 잡았다. 부산진구가 설립한 부산진구 부전 청소년센터를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컴퓨터·댄스수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농구게임기, 코인노래방 등이 있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대신, 안전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몰랐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재판을 받은 청소년들이 함께 머무는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엔 부산가정법원 소년재판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절도와 단순 폭행 등 비교적 중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이 소년원과 교도소에 가지 않고 틴스토리에서 숙려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집을 나온 학생들을 최대 아홉달 동안 보호하는 쉼터도 운영한다.



법정에서 위기 청소년에게 호통치는 판사로 널리 알려진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민락교회에서 열린 틴스토리 설립 10돌 기념식에서 “틴스토리가 (국가·자치단체·학교를 대신해) 너무 고생을 하고 있어서 설립 10돌을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 틴스토리가 저출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박용성 틴스토리 학업복귀지원센터장은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과 조례 제정, 지역사회 촘촘한 연계망 구축 등 청소년 안전망을 보다 튼튼히 만들어 위기 청소년을 조속히 발견·구조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민락교회에서 열린 틴스토리 설립 10돌 기념식 참석자들이 틴스토리를 응원하고 있다. 앞줄 왼쪽(검정색 정장 남성)부터 셋째가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넷째가 안민 전 고신대 총장, 다섯째가 박용성 틴스토리 학업복귀지원센터장. 김광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