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신혼여행 ⑱ 대만 타이중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타이중 시민공원. 우리네 한강공원처럼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장소다. 공원 주변으로 맛집과 근사한 카페가 줄지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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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람은 ‘위대(胃大)’하다고 생각한다. 위가 거인처럼 크다는 의미다. 식당에서, 특히 훠궈 뷔페에서 그들은 소위 ‘먹방 유튜버’처럼 먹는다. 중국의 산해진미가 대만에도 똑같이 뿌리내려 있는데, 이 점을 ‘미쉐린 가이드’도 일찌감치 눈치챘다. 타이중에만 27개의 ‘빕 구르망(가성비 맛집)’ 식당이 있다. 도장 찍듯 그 식당들을 하루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니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있었다.
남편의 여행
호리병 모양의 외관으로 유명한 국립가극원과 칼로 자른 듯 네모반듯한 타이중 시청사(아래 사진).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 너무 대조적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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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 모양의 외관으로 유명한 국립가극원(위 사진)과 칼로 자른 듯 네모반듯한 타이중 시청사.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 너무 대조적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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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타이완 섬 가운데 위치한 도시 타이중에서 한 달을 보냈다. 한국인 여행자 사이에서는 이른바 ‘노잼 도시’로 통하는 지역이다. 소문과 달리 타이중은 한 달 살기 중 제일 재미있는 곳이었다. 노잼 도시라는 악명이 생긴 건 관광객 대부분이 고속열차를 타고 왔다가, 기차역 주변의 허름한 구도심만 당일치기로 둘러보고 떠나기 때문일 테다. 시청과 국립가극원이 있는 시내 안쪽으로 가면 세련되고 느긋한 분위기의 타이중을 만날 수 있다.
타이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층 규모의 주상 복합 건물. 우리의 숙소도 이 중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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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짜리 오래된 주택에 한 달간 살게 됐는데, 욕실이 딸린 방을 350달러(약 48만원. 공용 주방이 있었지만, 대만은 삼시세끼 사 먹는 문화가 발달해 부엌은 거의 사용을 안 했다)에 빌릴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도 좋았지만, 시민광장 앞이었던 게 큰 행운이었다. 시민광장은 대만 청춘에게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타이중의 유행을 이끌어 가는 패션 브랜드와 카페가 광장 주변에 몰려 있다. 한강공원처럼 시민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대만에서도 족발을 즐겨 먹는다. 한국과 달리 부위 별로 골라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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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원 주변에는 맛집도 널려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족발집 ‘푸주앙위안쭈지아(富狀元豬腳)’는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간장에 푹 졸인 족발은 색깔만 봐서는 짜 보이지만 달콤한 맛이 더 강했다. 껍질과 살코기 모두 흐느적거릴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웠다. 한국 족발과 달리 대만의 족발은 고기를 부위 별로 삶는 것이 특징이다. 기호에 따라 뼈·관절·힘줄·살코기·곱창 등을 따로 고를 수 있다. 단품 4000원.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진르미마화’의 꿀 꽈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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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집 옆에는 ‘진르미마화(今日蜜麻花之家)’라는 이름의 전통 꿀 꽈배기 가게가 있다. 밀가루 반죽을 길게 뽑고, 이를 엮어 튀긴다는 점에서 우리네 꽈배기와 닮았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도넛처럼 말랑한 식감이 특징인 한국 꽈배기와 달리, 진르미마화의 꽈배기는 쫀득한 과자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대만 사람은 디저트의 쫄깃쫄깃한 맛을 선호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버블티에 들어가는 경단 모양의 ‘쩐주(珍珠)’다. 치아에 살짝 붙을 정도의 쫄깃함을 꿀 꽈배기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내의 여행
3952m 높이의 옥산에 오르려면 최소 2박 3일 일정은 잡아야 한다. 인프라가 잘 돼 있어 고산병만 주의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비가 뜸한 10~2월이 등반하기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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빕 구르망 식당을 스무 군데 이상 방문하면서, 대만 사람이 왜 그리 열심히 운동하는지도 자연히 알게 됐다. 이렇게 먹다 가는, 해마다 허리 사이즈 기록을 경신하겠구나 싶었다. 해서 타이중에 머무는 동안 틈틈이 등산을 즐겼다. 대만 최고봉인 옥산 주봉(3952m)에도 올랐다.
타이중에서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약 4시간을 달려 해발 2600m 옥산 중턱에 닿았다. 종민과 나는 고산에 적응할 겸 주변을 가볍게 산책한 뒤, 둘째 날 새벽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하나 날을 잘못 잡았는지 정상으로 갈수록 엄청난 강풍이 불었고, 폭우까지 만나고 말았다. 고산증도 문제였다. 결국 일이 터졌다. 정확히 정상이 50m 남은 지점에서 종민의 입술이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우리는 결국 정상 등반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높은 우육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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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 혼쭐이 난 뒤 엄청난 허기가 몰려왔다. 얼큰한 국물 요리를 대령하라고 뱃속이 아우성쳤다. 타이중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시청 뒷골목의 우육면 가게 ‘크코우 뉴러우미엔(可口牛肉麵)’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집마다 김치찌개 맛이 다르듯, 대만은 가게마다 우육면의 특색이 남다르다. 이 식당은 소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장점이었다. 잇몸으로도 씹을 수 있을 만큼 고기가 부드러웠다. 굳이 단점을 하나 뽑자면 펄펄 끓는 국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만 식당은 한국과 달리 미지근한 국물을 내어준다.
☞타이중 한 달 살기 정보 · 비행시간: 3시간 ·날씨: 10월~4월 추천. 한국의 봄~초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언어: 중국어, 대만어 ·물가: 서울의 3분의 2 수준 ·숙소: 400달러 이상(시내 중심, 집 전체)
김은덕·백종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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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은덕·백종민 여행작가 think-thi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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