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 정무위 국감장을 방문해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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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는 법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오전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헌 25조 1항을 읊었다. 그러고는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원내 업무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정상화 등에도 당 대표가 앞장서는 것”이라며 “당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를 뽑기 때문에 전국 규모 선거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특별감찰관(특감) 추천을 추진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고 맞서자 재반박하며, 원내 사안이라도 원외 당 대표가 관여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불참한 회의였다.

이날 오후 3시쯤, 한 대표는 예고 없이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본청 상임위 회의실에도 나타났다. 약 20분간 9개 상임위 국감장을 돌았다. 한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국감 기간 노고가 많다. 의원과 보좌진들 고생하셨다”고 인사했고, 여야 의원은 물론 국감 증인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원외 당 대표가 국감장을 돌며 인사하고, 마이크를 잡고 발언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가 원내 업무도 총괄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거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추경호

당 대표와 원내대표 권한을 둘러싸고 여당에서 유례없는 충돌이 벌어진 건 한 대표가 꺼내 든 특감 카드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문재인 정권 내내 특감을 임명하지 않았고, 우린 그런 표리부동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권 관계자에게 “특감 임명만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기엔 늦었지만, 이건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감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이석수 특감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다가 논란 끝에 물러난 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8년간 공석이었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특감 카드를 꺼낸 건 ‘김건희 특검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본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공천 개입 의혹을 더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108석 여당이 특검법 공세를 계속 막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친한계 시각이다. 친한계 인사는 “섣불리 특검 이슈에 뛰어들었다가 보수 진영의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검 대신 특감이라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특감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며 “특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 문제는 의원 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정권 5년간 특감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 정권에) 사과 요구도 안 하고 추천하는 게 맞나”라며 “독선이자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특감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분리하는 것은 스스로 협상 카드를 버리는 것”이라며 “의총에서 특감과 관련해 표결하면 친한계가 망신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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