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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젠슨 황, TSMC에 고개 숙였다…“AI 가속기 결함, 우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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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TSMC 갈등 진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 연말 출시될 엔비디아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100% 엔비디아 잘못”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와의 관계에 잡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엔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일축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독주하는 TSMC와 엔비디아의 신경전에서 엔비디아가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덴마크를 방문한 황 CEO는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수율(양품 비율)이 낮아졌다”고 인정했다. 이어 “몇 가지 칩을 처음부터 설계하면서 동시에 이를 만들어야 했다”며 “현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황 CEO의 해명에도 이날 미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2.81%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올 3월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을 선보였고 이를 2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계속 지연됐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설계 결함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엔비디아가 제조 파트너인 TSMC와 책임 공방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엔비디아가 일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의 생산을 TSMC가 아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황 CEO는 TSMC와의 갈등설을 전한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fake news)”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수율 문제를 해결하고, 놀라운 속도로 블랙웰 제조를 재개할 수 있도록 TSMC가 도와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블랙웰은 TSMC의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 및 첨단 패키징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

황 CEO의 이번 발언을 두고 첨단 칩 제조를 사실상 독점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올라선 TSMC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국 천하의 엔비디아마저 머리를 숙인 셈”이라 말했다.

삼성전자·인텔 등 경쟁사가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서 주춤하면서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이제 TSMC 외에는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첨단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 공급망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애플·엔비디아조차 TSMC와의 협상에선 쩔쩔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MC의 여러 고객사들이 생산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할당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가격을 8%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47.5%에 달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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