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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시진핑의 경기부양, ‘가을 호랑이’일까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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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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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수년째 지지부진하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던 중국 주식 시장이 지난달 말부터 보름 새 30% 가까이 올랐다. 많은 이들이 곁불이라도 쬐려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중국 주식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띤 것은 지난달 말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낸 메시지 덕분이었다. 시 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현재 경제 운영에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경기 대응적 조정을 강화하고, 필요한 재정지출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 성장 목표인 ‘5%’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돈을 푸는 등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치와 외교, 국방은 물론 경제까지 떠맡고 있는 시 주석이 보낸 신호에 시장이 반응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잠시 반짝 상승하던 중국 주식 시장은 이달 들어 다시 기세를 잃고 10% 가까이 하락하며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 사령탑의 ‘전진 앞으로’ 구호가 금세 약발을 잃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 주석의 선창 이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무부, 인민은행, 주택도시농촌건설부 등 경제 관련 부처들이 며칠의 간격을 두고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시원찮았다. 시 주석의 명령을 반복해 ‘복명복창’은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과거 정책만 재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많은 것을 바꾼 시진핑 시대는 경기 부양마저 이전과 다르게 하려는 것일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총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윗선의 신호에도 아래에서는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고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시 주석은 그동안 돈을 푸는 방식의 경기 부양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과거 총리가 맡던 경제 사령탑 역할까지 시 주석이 독점하면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다음달 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인한 뒤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미국과의 경쟁과 코로나19 사태, 관료들의 부패, 과도한 부동산 의존 등 안팎의 도전에 대응하며 순조롭게 3연임에 성공해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에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까지 이어진 중국의 과감한 개혁개방과 이를 통한 경제적 부의 축적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하지만 경제보다 정치·안보를 우선에 둔 듯한 그의 행보는 10여년 만에 문제를 드러냈다. 미국에 필적할 정도로 거대해진 중국의 경제 엔진이 수년 동안의 마찰로 속도를 잃었다. 이를 예전처럼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지난달 말 내놓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엔진을 힘차게 돌릴 정도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줄지 아직 의문이 남는다.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내놓을 대책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흔히 주가 하락기에 반짝 상승하는 현상을 ‘인디언 서머’라고 한다. 쌀쌀한 가을에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잠시의 기간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추라오후’, 가을 호랑이라는 표현을 쓴다. 시 주석의 신호가 구조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 가을 호랑이를 잠시 불러온 것에 불과할지 머지않아 판가름날 것이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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