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지퍼를 지켜라!' 캐나다 학생들 사이서 백팩 지퍼 도난 챌린지 확산[통신One]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 영향으로 번지는 지퍼 당김줄 도난

도난당한 백팩 부속품, 학생들 사이에서 4만 원에 재판매

뉴스1

캐나다 토론토의 한 교정에서 백팩을 맨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2020.09.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최근 학교에서 나이키 엘리트(Nike Elite) 백팩의 지퍼 당김줄을 몰래 떼어내는 틱톡(TikTok)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슬쩍 도전'이라 불리는 이 챌린지는 친구의 백팩 지퍼 당김줄을 떼어내고 이를 모아 자랑하는 방식으로, 마치 포켓몬 스티커를 수집하듯이 당김줄을 모으는 놀이 문화가 되어버렸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챌린지가 가져오는 문제는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게 이렇게 유행인 줄은 나도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 가는 가방을 보는데 지퍼 당김줄이 없었다. 당황해서 물어보니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며, 요즘 학교에서 지퍼 당김줄을 몰래 떼어가는 것이 유행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누군가가 내 지퍼도 가져갔나 봐"라며 무심히 학교로 가는 모습에 나는 더 놀랐다.

처음에는 그저 가방의 지퍼 당김줄을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아이의 설명을 듣고 나서 이게 단순한 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로 시작된 장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아이가 이 '지퍼 떼어가기' 챌린지에 휩쓸리고 있었다.

실제로 십 대들은 90달러(약 9만 원)짜리 나이키 백팩의 지퍼 당김줄을 훔쳐 자신의 컬렉션에 추가하거나, 도난 피해자에게 다시 판매하고 있다. 도난당한 지퍼 당김줄을 자랑하는 틱톡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부 학생들은 이 줄을 40달러(약 4만 원)에 재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가방에 슈퍼글루로 붙이거나 아예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퍼 당김줄을 지키고 있다. 일부 학교는 문제 예방을 위해 나이키 백팩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현재 캐나다의 여러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공공 물품을 훼손하거나 타인의 물건을 다루지 말라고 주의하고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은밀하게 이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몇 주 전 학부모 모임에서, 이 이야기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어떤 부모는 아이의 가방을 여러 번 교체해야 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문제가 잦아지면서 학교 측에서 가방을 잠글 수 있는 자물쇠를 추천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챌린지 그 이상이다.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무엇을 보고 따라 하는지, 그리고 이런 문화가 퍼지면서 또래 집단 내에서의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0대들 사이에서는 당김줄의 개수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이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감이나 뒤처짐을 느껴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캐나다의 학교들은 학교 폭력 문제에도 민감하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장난이 심해지면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퍼 당김줄 챌린지 같은 것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있는 장난일 수 있지만, 결국엔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아이가 당김줄을 잃어버리고 새 가방을 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경고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결국,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 부모의 결론이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력한 요즘,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퍼 당김줄 챌린지는 단지 작은 시작일 뿐,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유행이 계속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는 우리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유행을 별다른 경각심 없이 따르고 있다.

유행이 지나가면 언젠가는 잠잠해지겠지만, 부모로서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까 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이러한 유행은 당연히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소셜 미디어의 통제가 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며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고,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zziobe1052@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