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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기재부, ‘낙관론’ 고집하더니 “성장률 하방 위험” 대응도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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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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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0.1%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가 “성장률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금껏 양호한 수출을 강조하며 경기 낙관론만 반복하더니,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자 뒤늦게 진단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3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 탓에 4분기 재정지출마저 기존 계획보다 줄어들 예정이어서, 경기 대응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성장률 하방 위험이 분명히 커졌다”며 “(오는 12월 연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도 수정하니까 그때 (수정 전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0.1% 성장 등을 종합 고려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7월 기재부는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자체 전망 등을 바탕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끌어올린 바 있다.



기재부의 안이한 경제 인식은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기 불과 일주일 전까지 이어졌다. 기재부는 지난 18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도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 호조에 의한 경기회복 진단을 6개월째 이어왔다.



그러나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과 달리, 수출은 3분기 들어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한은 발표를 보면, 지난 3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2022년 4분기(-3.7%) 이후 7개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최 부총리는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전문위원은 “정부가 증시 흐름이나 골목상권 상황 등 실제 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피기보다, 경제지표 속보치들을 주되게 보며 낙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수출 둔화 배경에 대해서도, 반도체 업황의 빠른 변화와 중국의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대선,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등 4분기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할 위험요인들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30조원 규모 세수결손에 대응해, 대규모 ‘불용’(정부가 예산상 잡힌 지출을 하지 않음)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오히려 경제 회복세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꺼지는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에, 역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재정 운용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다음주 중 30조원 규모 세수결손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각종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보낼 교부세·교부금 등을 줄이고 재정사업 집행을 줄이는 불용 처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워싱턴/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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