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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사설]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국민 82%가 하지 말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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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어 24일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한군이 러시아에 갔다는 증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 등에서 목격됐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군 파병 후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군사적 관여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을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제공은 러시아를 자극하고 자칫 한반도에 격랑을 몰고 올 수 있는 일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도 서둘러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꾼 것도, 그걸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모니터링 요원 파견 방안을 “단계적 조치의 하나에 포함돼 있다”고 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연락관 파견’을 제안하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메시지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군 인력 파견까지 검토하고 있단 얘기다. 3성 장군 출신인 한 의원은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을 폭격하게 하고 그걸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말도 더했고, 신 실장은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북한의 파병과 북·러 군사 밀착은 분명 비난받아야 하고, 한국은 만반의 대비와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사회가 지원 요청한 수준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등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북·러 군사 동맹이 러시아 의회 비준까지 된 터에 언제나 한반도 안보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 ‘어떤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16%였다고 한다.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13%에 불과했다. 국민 82%는 어떤 식으로든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이런 목소리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또 응답자의 73%가 ‘북·러 군사협력 강화가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는 혹여나 러·우크라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남북 대리전’이 아니라,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안보 상황 해소를 위해 힘써야 한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기여하되,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지 않도록 북·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한반도 평화라는 절대적이고 최우선적인 명제를 놓아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폴란드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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