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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트럼프 “나 기소한 특검, 취임 2초 만에 자를 것”… 흉보면서도 지지하는 공화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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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서 공연히 정치 보복 가능성 시사
생존 위해 퇴출 막은 상원 1인자 ‘민낯’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애리조나주 템피의 멀릿 아레나에서 유세 연설을 하던 도중 청중 쪽을 지목하고 있다. 템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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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불복’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기소한 연방 특별검사를 다음 달 대선 승리 시 취임하자마자 자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막무가내 행태를 흉보면서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 그의 퇴출을 막은 공화당 기득권 세력의 민낯이 드러난 당일에 내놓은 언사다.

“미국은 세계 쓰레기통”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팟캐스트 운영자 휴 휴윗과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임기 시작 때 특검 잭 스미스 해임과 셀프 사면 중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아주 쉽다. 그(스미스)를 2초 안에 해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6월(기밀 문건 불법 반출 혐의)과 8월(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 트럼프를 두 차례 형사 기소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특검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특검 임면이 법무장관 권한인 만큼, 트럼프가 스미스를 해임하고 싶으면 당선 뒤 새 법무장관을 임명해 지시하면 가능하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 캠프는 곧장 날을 세웠다. 트럼프를 ‘극우 독재 파시스트’로 규정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2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내용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더 위험할 게 분명한 두 번째 트럼프 임기를 감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배후로 자신을 지목한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는 최근 유세 등에서 재집권 땐 정적(政敵)들에게 보복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의 ‘거친 입’은 이날도 변함없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남부 경합주(州) 애리조나의 템피를 찾은 그는 “(해리스가) 전 세계 교도소와 감옥, 정신병원에서 온 범죄 이민자가 침입하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며 “우리는 전 세계의 쓰레기통”이라고 말했다.

“똑똑하지 않고, 비열한”

한국일보

2019년 11월 4일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마련된 도널드 트럼프(당시)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유세 무대에 켄터키주 상원의원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불려 올라와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렉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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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언론들은 전기(傳記) 신간 ‘권력의 대가(The Price of Power)’에 소개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의 신랄한 트럼프 혹평을 앞다퉈 전했다. AP통신 기자 마이클 태킷이 쓴 이 책에 따르면 매코널은 트럼프를 “똑똑하지 않고, 화를 잘 내며, 성질이 고약하다”거나 “비열한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매코널은 7선(選) 상원의원이자 2007년부터 17년간 공화당 상원을 이끌고 다음 달 퇴진하는 상원 사상 최장수 원내대표다. 그러나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NYT는 “매코널은 트럼프를 싫어하지만 권력 사랑이 혐오보다 더 컸다”며 “책이 까발리는 것은 ‘밉살맞은 자(sleazeball)’를 지지해서라도 정치판에서 살아남고 싶었던 공화당 기득권자의 초상”이라고 꼬집었다. 매코널은 1·6 의사당 폭동과 관련, “의사당 공격 선동은 탄핵 가능한 범죄에 가깝다”고 선언했으면서도, 정작 2021년 의회의 탄핵 재판 때는 트럼프를 내쫓을 수 있는 유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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