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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동아광장/송인호]노벨상이 인정한 ‘한국경제 발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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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상 3인, 남북한 경제 격차 원인 분석

한국, 전 국민 참여 포용적 경제제도로 성공

‘자원 한계는 제도 힘으로 극복 가능’ 메시지

발전 경험 나누고 경제활력 높여야 할 책임

동아일보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불과 50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가 있다. 전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2017년 가을, 필자는 에티오피아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뜻깊은 경험을 했다. 현지에서 마주한 것은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의 성공담을 귀중한 본보기로 여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독보적인 발전 경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한다면, 경제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2024년 10월,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노벨 경제학상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었다.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올해 수상자들이 풀어낸 수수께끼의 답에서 한국이 빛났다. 우리의 발전 이야기는 더 이상 우리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 인정한 것처럼, 이제 그것은 인류 공동의 보물이 되었다. 가난을 극복하고 풍요를 이룩한 우리의 여정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왜 한국은 성공했고, 북한은 실패했을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며 경제 발전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집었다. 대런 애스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사이먼 존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그동안 많은 학자는 국가의 성공 요인을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문화적 특성에서 찾았다. 하지만 한반도는 이런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가진 남북한이 전혀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정적 차이의 시작은 1945년에 있었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정치경제 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한 민족이 서로 다른 제도를 선택한 결과는 극명하다. 2020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4조7000억 원으로, 남한의 1933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겨우 1.8%에 불과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북한의 실패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북한이 선택한 공산주의 체제는 소수 엘리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사실상 ‘착취적 제도’였다. 이러한 제도적 폐해는 정치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제 전반이 왜곡되었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되었다. 중앙 통제 경제 아래에서 대다수 국민은 경제 활동의 자유를 빼앗겼다. 경제는 멈춰 섰고, 끊임없는 기근에 북한 주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졌다. 이는 잘못된 제도의 선택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다. 한반도의 현실은 체제 선택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냉엄한 진실을 말해준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분석을 넘어,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훈이기도 하다.

남한의 선택은 분명히 달랐다. 포용적 경제 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이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960년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시작된 체계적인 산업화는 전 국민의 참여 속에 이뤄졌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왔다.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적 기회가 더욱 넓어졌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성장의 물결에 동참했다. 이처럼 전 국민이 참여하는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가 오늘날 한국을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는 포용적 경제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국가의 운명이 제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진실을 밝혀냈고, 남북한의 극명한 대비가 이를 증명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족한 자원, 불리한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올바른 제도를 선택했고, 그것이 오늘날의 눈부신 성공을 만들어낸 초석이 되었다. 이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에 “자원의 한계는 제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 우리는 더 큰 책임을 지게 되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더 체계화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나누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시장의 활력과 제도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의 성공담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살아있는 생생한 교과서로 남을 것이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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