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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김여사 증인 104명 채택… 동행명령장 27건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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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맹탕 국정감사’

조선일보

“의원들 마음에 안 들어” 소화기로 국회 본관 유리문 ‘와장창’ - 25일 국회 본관 현관 유리문이 깨진 모습. 경찰은 이날 새벽 5시 14분쯤 소화기를 던져 문을 부순 60대 남성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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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 법제사법위 등 7개 상임위원회 국정감사를 끝으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7일 시작한 올해 국감(國監)은 이날까지 전체 17개 상임위 가운데 13개 상임위가 감사를 끝냈고, 내달 1일까지 운영위·기획재정위 등의 국감만 남겨뒀다. 하지만 올 국감은 여야 간 ‘이재명’ ‘김건희’ 공방이 난무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 난맥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 방’은 없고 정치 공방을 위한 무리한 증인 채택과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와 고발, 막말이 난무하는 등 수준 이하였다는 것이다.

◇김건희·이재명만 무한 반복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김건희 국감”을 예고했다. 이 바람에 올해 국감에 출석한 주요 기업 총수는 1명도 없었다. 반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는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와 관련된 2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행정안전위는 38명, 법제사법위는 40여 명을 김 여사 관련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증인들은 대부분은 정부 등 피감기관 관계자(‘기관 증인’)가 아닌 ‘일반 증인’이었다. 운영위는 2022년과 2023년에는 일반 증인을 1명도 채택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민주당 주도로 30명을 채택했다. 일반 증인이 2022년 0명, 2023년 6명이었던 법사위는 올해 85명을 채택했고, 2022년과 2023년 각각 14명, 0명이었던 과방위는 올해 149명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내달 1일 운영위의 대통령 비서실 국감 때 김 여사와 김 여사 오빠 김모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이들도 일반 증인이다.

민주당의 ‘기승전-김건희’ 공세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격으로 맞섰다. 민주당이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씨 의혹 등을 제기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지역 화폐 운영 대행사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동행명령장·고발 난무

민주당은 과반 의석수를 무기로 증인·참고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와 고발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25일까지 동행명령장 27건을 발부했다. 19~21대 국회 12년 동안 발부된 동행명령장 건수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19대 국회 때는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적이 없고, 20대 국회는 2건, 21대 국회는 14건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법사위 국감 때는 현직 영부인에 대해 처음으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를 집행하겠다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찾아갔다.

올해 국감에선 증인·참고인에 대한 고발도 17건 의결됐다.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의 경우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불출석 증인·참고인 11명에 대해 무더기 고발 안건을 의결했다.

◇막말·갑질 논란

올 국감에선 막말도 난무했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 작년 4월 김건희 여사와 무형유산 원로 등 국악인이 청와대 오찬 간담회를 할 때 국악인들이 가야금 연주 등 공연한 것을 두고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놨다”고 발언해 국악인들의 반발을 샀다.

증인을 피의자처럼 몰아세우는 ‘갑질’도 있었다. 지난 24일 외교통일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항공안전법 등을 위반했다며 몰아세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내법을 준수하라”라는 말에 반발한 탈북민 출신 박 대표는 “이거 뭐 (북한) 최고인민위원회야? 내가 지금 법정에 섰냐고”라고 했다.

피감 기관이나 증인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24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쓰러지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아이 XX, 사람 죽이네 죽여 이X”라고 욕설을 했다. 정쟁용 이슈와 관련 없는 피감 기관 관계자들은 국감장에 불려나와 말 한마디 못 하고 종일 대기만 했다. 국감 1~2주 차에 630개 피감 기관 가운데 209개 피감 기관(33.2%)이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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