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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단독] 선고 후 고친 ’최태원 이혼 판결’… 대법 “판결문 오류 별도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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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2심 판결문 경정에 불복

‘심리불속행’ 기간 지나

이혼 본안 소송과는 별개

조선일보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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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가 선고 후 판결문에 오류가 있다며 ‘경정(更正·법원이 판결 후 계산이나 표현의 오류를 고치는 일)’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계속 심리하기로 했다.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정한 판결문을 선고 후 고쳐도 되는지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심리 없이 2심대로 확정) 결정을 내리지 않고 별도 심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최 회장이 서울고법의 2심 판결문 경정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4개월)은 이날로 지났다. 판결문 수정에 문제가 없는 경우 별도 심리 없이 경정 결정을 확정하는데, 이와 달리 대법원이 구체적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경정 사건은 재산 분할 등을 다투는 이혼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심리하고 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SK 주식 가치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잘못 계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의 모태가 되는 대한텔레콤 주식을 1994년 11월 주당 8원에 취득했고, 이 주식이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이 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산 형성에 선대 회장의 기여도를 12.5배(8원→100원),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100원→3만5650원)로 평가했다.

그런데 판결 직후 최 회장 측이 1998년 5월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라고 오류를 지적하자, 재판부는 즉각 판결문을 수정했다. 선대 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도 12.5대355에서 125대160으로 바뀌었다. 최 회장의 재산 기여도가 낮아지면 노 관장이 가져갈 수 있는 재산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가치 산정 과정 ‘중간 단계’의 계산 오류를 수정한 것뿐”이라며 선고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의 근거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경정을 취소해 달라고 재항고했다. 수정 전인 ‘주당 100원’으로 계산된 판결문의 오류를 근거로 대법원이 파기환송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이혼 소송 상고심에 약 500쪽의 상고 이유서를 제출, 2심 판결을 깨뜨려 재산 분할액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경정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2심 판결의 계산 오류를 단순한 실수라고 판단하지 않고 면밀히 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정된 판결문이 맞는지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혼 본안 소송도 별도의 심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 측에서 주장한 2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대법원이 진지하게 심리하는 만큼, 재산 분할에 있어서도 2심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시간을 들여 구체적으로 심리한 결과 ‘서울고법이 판결문 오류를 바로잡은 것은 타당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판결문 경정에 대한 재항고는 이혼 소송과는 별개라는 분석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판결문 경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더라도 재산 분할 등 2심의 최종 결론에 대해서는 문제없다고 대법원이 확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인 이혼 본안 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한은 11월 8일까지다. 이때까지 기각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법원은 SK 재산 형성 과정의 적법성과 양측의 기여도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심리할 전망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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