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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1200만명을 납치했다”…400년 지나 뒤늦게 사과한 ‘이 남자’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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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아에서 영연방정상회의 개최
노예무역·식민주의 배상 요구 빗발쳐

사과·배상에 선 그은 영국 정부
스타머 英 총리 “오늘날에 집중해야”


매일경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4일(현지시간) 사모아에서 열린 ‘아바 의식’에서 전통 음료를 받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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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대서양 노예무역’ 반성 의사를 표명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며 영연방(Commonwealth)에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자 결속에 나선 셈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노예무역·식민주의 배상에는 선을 긋고 있다.

25일(현지시간)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CHOGM) 개회식에서 노예무역을 반성했다. 찰스 3세는 “과거는 바꿀 수 없다”며 “영연방 전역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가 계속해서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반성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찰스 3세는 “미래에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찰스 3세는 왕실과 노예무역의 연관성을 따지는 연구를 지지한다며 왕실 자료를 개방한 바 있다.

영연방 국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자메이카·바하마 등에서 공화제 전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예무역·식민주의 반성으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연합(AU)과 카리브해 국가들이 영국 정부의 노예무역 사과·배상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사과·배상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BBC는 “다우닝가에서는 배상 문제가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 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사과가 이미 이뤄졌다며 “오늘날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CHOGM 사무총장 후보군 3명(가나·레소토·감비아) 모두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최소 1250만명이 납치돼 강제로 끌려가 노예로 팔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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