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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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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불법도박’인줄 알고도 억대 빌려줬다면...돈 못 돌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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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조선일보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한 코미디언 이진호가 22일 오후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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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유명 코미디언 이진호가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거액의 채무를 졌다고 고백했다. 어떤 시민이 이진호의 불법 도박 및 사기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고, 경찰이 이를 인계받았다. 이진호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도박에 쓸 돈인지 모르고 이진호에게 억대의 돈을 빌려준 동료 연예인들도 있다.

▲불법 도박이 우리를 어떻게 유혹하는지 ▲도박자금으로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빌린 돈 못 갚았다고 모두 사기는 아니다”

Q. 단순히 빌린 돈을 못 갚았다고 해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요?

A. 빌린 돈을 못 갚는 경우, 사기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합니다.

만약 돈을 빌릴 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차용금 사기’라고 부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돈을 빌려줄 당시 ▲상대방이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마치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빌려 갔다면, 이는 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돈을 빌린 다음에 당초의 차용금 변제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돈을 못 갚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불이 나서 사업이 망했다든가 ▲제3자에게 사기를 당해 빌린 돈을 날렸다든가 ▲제3자로부터 받을 돈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도망가서 돈을 못 받는 바람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등의 사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으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Q. 그러면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렸다가 못 갚으면, 사기죄가 되나요?

A.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려고 돈을 빌리면서 “갑자기 부모님이 수술받으셔야 해서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거짓말하고 돈을 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기죄가 됩니다.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려는 것을 알았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 피해자가 진짜 용도를 알았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상황이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되는 것입니다. 실무상 ‘용도 사기’라고 부릅니다.

Q. 우리 민법에서는 불법 도박에 사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면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기죄가 적용되나요?

A. 불법 도박에 쓰일 자금을 대여하는 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불법이고 무효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법은 불법을 원인으로 교부한 재산은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불법적인 일에 쓰일 돈을 대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스스로 불법을 저질러놓고 원상회복을 하는 건 불허한다는 취지입니다.

그 결과, 도박 자금을 빌린 사람은 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도박자금을 빌려준 사람이 이를 갚으라고 요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도박자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갚겠다고 거짓말하고 도박자금을 빌린 경우 사기죄는 성립한다고 봅니다. 도박 자금을 스스로 갚는 것까지 금지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은밀한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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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인터넷 사이트. /문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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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성년자부터 유명 연예인까지, 도박에 빠지는 이들이 왜 많이 생기는 건가요?

A. 불법 도박은 항상 우리를 유혹합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도박사이트 URL을 무작위 발송하거나 ▲인터넷‧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도박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특히, 한 번이라도 불법 도박을 해봤던 사람들은 데이터베이스(DB) 형태로 관리되어 도박장 운영자들에게 명단이 공유됩니다. 이들은 주요한 먹잇감이 됩니다. 누군가 대포폰으로 전화해 “좋은 게임 나왔는데, 한 번 하시죠” “승률 높은 게임이니 돈도 따고 스트레스도 푸시죠” “무료 게임머니 드립니다”라며 미혹합니다.

처음에는 돈을 따지만, 도박을 계속할수록 결국에는 돈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다시 도박합니다. 또 돈을 잃지요. 친척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다시 도박합니다. 역시 돈을 잃습니다. 이런 과정이 무한 반복되면 거액의 채무를 지고,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모두 날려 먹는 것입니다.

도박의 ‘쪼는 맛’에 중독되기도 하고, 본전 생각이 나서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그러면 그 잃은 돈은 결국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갖게 되는 건가요? 운영자들은 돈을 얼마나 버나요?

A. 2011년 4월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110억여원의 현금이 발견되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이었습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수백억 원의 매출을 일으킵니다. 이를 대포통장, 환전상을 통해 현금화해서 꼭꼭 숨겨놓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포폰을 쓰고, 사무실을 한 달 주기로 옮기고, 컴퓨터와 서버도 자주 바꾸는 등 필사적으로 단속을 피해 다닙니다.

Q.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어떻게 적발되는 건가요?

A.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입니다. 경찰과 검찰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치밀하게 추적합니다. 결국 근거지를 찾아내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체포해 구속하지요.

그리고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기간, 범죄 수익, 조직의 규모, 범행 수법의 치밀성 등을 감안해서 처벌 수위를 정합니다. 초범이라도 대부분 실형을 선고합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은 범죄수익까지 감안하면 주범은 수백억 원의 이익을 취했을 텐데 법원의 선고형은 징역 몇 년에 그치는 경우가 있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불법 도박은 마약과 같습니다. 불법 도박에 빠지면 반드시 큰 빚을 지고 패가망신합니다. 처음부터 시작을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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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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