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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술의 세계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강익중의 '아리랑' 신전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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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세워진 강익중의 설치작품 '네 개의 신전'. [사진 아르데이집트·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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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앞에 세워진 강익중의 '네 개의 신전' 내부 모습. [사진 강익중스튜디오, 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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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우리 민요 '아리랑'의 가사가 한글과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로 적힌 아리랑 신전이 세워졌다. 설치미술가 강익중(64)이 2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시작한 국제미술전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 전시에서 설치 작품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을 선보였다. 신전은 높이가 각각 3.2m, 3.8m, 4.4m, 5m이며, 가로·세로 5m로 만들어졌다.

네 개의 대형 직육면체 형태로, 외벽에 4가지 문자로 민요 '아리랑' 가사가 쓰여 있고, 내벽에는 한국 전쟁 실향민과 어린이, 난민을 포함해 전 세계인들이 꿈과 소망을 담아 그린 그림 5016개가 걸렸다. 내벽에 걸린 글씨는 모두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것으로, 강 작가가 상형문자와 아랍어로 아리랑 가사를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작가는 또 이집트 내 한국문화기관, 이집트 학교들과 협력해 이집트 어린이들의 그림 여러 점을 작품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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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의 '네 개의 신전' 내부 벽에 걸린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사진 강익중스튜디오·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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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네 개의 신전' 앞에 선 강익중 작가. 아리랑 가사를 적은 글씨가 보인다. [강익중스튜디오·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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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가로, 세로 20cm 보드에 인쇄된 그림은 철골 구조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서로 부딪칠 때마다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방울처럼 소리를 낸다. 모래 사막과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오색 찬란한 글씨와 그림이 하나가 된 풍경이 한 편의 예술 작품이 됐다.

강씨는 가로, 세로 각각 3인치(약 7.6cm) 크기의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나 글자 등을 수 천개, 수 만개 모아 대규모로 설치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글을 소재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작업을 했고, 2020년 광화문 광장 '광화문 아리랑' 작업을 선보이는 등 국내외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2005년 광화문 복원 당시 설치된 달항아리를 품은 거대한 가림막 ‘광화문에 뜬 달’도 그의 작품이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 한국문화원 신청사에 가로 8m, 높이 22m의 거대한 '한글 벽'을 세웠다. 또 지난 7~9월 청주시립미술관에서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청주는 그의 고향으로 이 전시는 의미가 특별했다. 강씨는 1960년 충북 청원군(지금의 청주)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후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이번 한글 신전 작업은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 대학에서 이집트 학생들을 상대로 한글로 '내가 아는 것'을 쓰는 프로젝트를 한 데서 출발했다. 작가는 이번 설치 작품에 이집트 신전의 건축 요소를 도입하고 이번 전시의 전체 주제인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문명'을 반영해 한글 외에도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를 사용했다.

강씨는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피라미드를 '하늘과 땅을 잇는 메신저'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하늘과 땅을 이으며 인간의 소망을 하늘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이어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제 '한글 신전' 역시 천지인(天地人)이 결합한 메신저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또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며 꿈과 도전에 공감하기를, 또 이 작품이 세계를 화해시키고 치유하는 해독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포에버 이즈 나우'는 이집트에서 매년 개최되는 현대미술 전시로 올해는 각국에서 12명이 참여했으며, 1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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