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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연예인 전용 출입문' 만든다던 인천공항…시행 하루 전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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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인천공항 라운지를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을 향해 플래시를 비추는 모습. 사진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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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특혜 논란이 일었던 ‘연예인 별도 출입문 사용’ 제도 시행을 하루 전날 전격 철회했다. 이용객의 보안·편의·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실한 대책을 내놨다가 ‘연예인 특혜’란 뭇매를 맞자 전격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공항공사의 모습에 비판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7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오는 28일 시행할 예정이었던 ‘다중밀집 상황 유발 유명인의 별도 출입문 사용절차’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23일 공항공사는 일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 공문을 보내 “군중 운집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연예인 등 유명인이 인천공항 출국장 전용 출입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규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공지했다.

공항공사가 당초 추진하려 했던 절차는 ‘교통약자 우대 출구’ 이용자에 연예인 등 유명인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현재는 교통약자, 승무원·조종사 등 항공업 관계자, 외교관 등 공무 수행 정부 관계자 등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배우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홍콩 팬 미팅을 위해 출국하는 변씨를 경호하던 사설 업체가 승객들에게 플래시 빛을 쏘고 항공표를 검사하는 등 과잉 통제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이 업체 대표와 경호원 등 2명을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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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우대출구 이용자는 교통약자, 승무원과 조종사 등 항공업 관계자, ‘공무’를 수행하는 외교관 등 정부 관계자로 제한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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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예인을 위한 전용문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근거 없는 특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많은 연예인이 출발 시각 30분을 남겨두고 나타나는 등 우대출구를 악용했다. 연예인 전용문 시행조치는 이런 꼼수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항공사가 제도 도입 안내공문을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발송해 “변우석은 되고 임영웅은 안 되는 거냐”(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용 출입문 사용을 회사 매출액 기준으로 할 거냐, 연예인 인기로 할 거냐”(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등 질타가 쏟아졌다.

연예인이 공항을 찾을 때마다 생기는 인파 문제는 엔터테인먼트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터테인먼트사 대부분은 협찬 여부에 따라 연예인의 공항 출·입국 일정을 언론과 팬에게 알린다. 연예인이 착용한 옷·가방·신발 등이 사진에 찍히면 많게는 협찬비로 수천만 원을 받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공항 사진을 명목으로 협찬을 받는 건 이 업계에서 수십 년도 넘은 관행”이라며 “협찬이 없을 경우엔 조용히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의 관계자도 “기획사들이 사실상 무료 팬 미팅을 공항에서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교통약자 우대출구를 사용하는 건 명백한 특혜다.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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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일부 연예매체의 공항 출국 실시간 중계 예고를 보고 공항에 몰려 아수라장이 된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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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도 일부 연예매체의 출국 실시간 중계 예고 기사 등을 보고 공항에 몰린다. 연예인 사진과 영상 등으로 이익을 얻는 홈마(일정을 따라다니며 사진‧영상을 촬영하고 올리는 팬)도 혼란을 가중한다. 촬영을 위해 인파 속에서 밀치는 등 무리한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공항패션, 공항 출입국 영상 등은 홍보수단 중 하나이다 보니 홈마를 제지할 필요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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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연예인 전용문 특혜 논란에 “지난해 국감에서 공항 출입 시 연예인 등 다중 밀집 상황에서 혼잡이 발생할 수 있어 전용 출입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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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항공사와 엔터테인먼트계가 혼란을 막을 안전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대섭 한서대 항공보안학과 교수는 “해외처럼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혼잡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며 “연예인들이 공항 사진 등으로 얻는 경제적 이윤을 공항 소음 등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나누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전 신청서로 전용문을 개방하기보다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해 이를 막을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관련 매뉴얼을 세분화하고, 현장 근무자의 통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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