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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이재용도 구경 왔다…레이싱 묘기 직접 선보인 회장님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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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드리프트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수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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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토요타 스포츠카 ‘야리스 WRC’의 엔진 소음이 서킷을 둘러싼 산을 울렸다. 속력을 끌어올리던 차량은 갑자기 뒤축을 돌려 방향을 360도 꺾었다. 굉음과 함께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마찰로 일어난 연기가 온 사방으로 퍼졌다. 뒤따라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를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명당’을 지키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약 3분간의 드리프트 묘기를 보여준 차량은 빗면을 타고 객석 한쪽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남성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운전자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모리조’라는 닉네임으로 각종 레이싱 대회에 출전해온 도요다 회장은 이날 직접 한국에서 본인의 실력을 뽐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토요타)와 3위(현대차그룹) 회사의 최고 수장이 27일 용인에서 만났다. 이날 열린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다.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교류해온 두 사람이 공식 만남을 외부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다 "현대차와 중요한 미래 논의할 것"



이날 정 회장은 “올해 초 아키오 회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제안을 받고 만든 행사”라고 레이싱 페스티벌을 공동 개최한 계기를 소개했다. 도요다 회장도 “(제안한 지) 10개월만에 이렇게 훌륭한 행사를 만들게 돼 놀랍다”며 “현대차와 손 잡고 앞으로 중요한 미래를 논의하겠다”라고 화답했다. 도요다 회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건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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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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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밝힌 공식적인 취지는 ‘모터스포츠 활성화 협력’이다. 장지하 현대차 드라이빙 익스피어리언스팀장은 “두 회사가 함께 아시아에서 모터스포츠의 재미를 알려보자는 순수한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두 회장의 협력이 모터스포츠로 제한되지만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방한에서 2박 3일간 서울에 머무른 도요다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미래차 연구개발 방향과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흐름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을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는 세계 수소 산업의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창립(2017년) 회원사로서 수소연료전지 관련 협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기)과 중국산 전기차의 부상에 대한 고민도 두 회장은 함께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세계 7위(올해 1~7월 판매량 기준)지만 캐즘 대응책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확대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당초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만들려던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공장 '메타플랜트'(HMGMA)는 하이브리드 차종도 생산할 수 있는 체재로 시험 가동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 직후 전기차 수요 회복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6~7년 정도면 많은 부분이 리커버리(회복)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올해 초 “전기차 점유율은 최대 3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던 도요다 회장이지만, 그에게도 전기차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토요타의 현재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 정도다. 최근의 캐즘이 토요타에게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줬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2000년대 프리우스 시절부터 다져온 하이브리드 차량 경쟁력으로 수익을 내고, 이를 전기차 추격의 실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도요다 회장은 나머지 70% 시장의 한 축으로 지목한 수소전기차 시대도 대비 중이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는 모터스포츠 행사 이외에 도요다 회장의 방한기간 중 일정이나 양사 교류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현대차 장 팀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른 분야의 협업이 물론 진행 될 수는 있지만, 이 자리는 경쟁과 함께 재미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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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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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해 도요다 회장, 정 회장 등과 인사를 나누며 레이싱 장면을 지켜봤다. 삼성전자는 2016년 독일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으로선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사업장을 찾아온 두 거대 고객사 회장과 인사를 나눌 기회다. 이날 이 회장이 도요다 회장, 정 회장과 전장 사업 협력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1995년 삼성물산이 만든 한국 최초의 자동차 경기장이다. 자동차 보급 증가세를 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레이싱 문화 확산을 내다보고 건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삼성전자·현대차 등에선 “삼성의 역사에 의미 있는 곳에서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행사가 열렸기에 이 회장이 직접 방문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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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현장을 깜짝 방문한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5월 자동차 공조장치 제조사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정하며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 중이다.

한국 주요 대기업 오너들의 깜짝 방문에도 행사 자체는 모터스포츠 축제라는 취지를 계속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인 ‘아이오닉 5 N’ 등으로 경기장을 누볐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강자답게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등을 뽐냈다. 정의선 회장은 “고성능 차량을 보고 심장이 뛰는 분들을 더 많이 만족 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저도 아키오 회장님처럼 드리프트를 더 연습한 뒤 곧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용인=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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