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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에 '경제적 불이익' 필요… 재범은 엄히 다스려야[죽음을 부르는 질주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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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뎌진 경각심 깨우려면
잦은 음주운전 보도에 피로감
위험 각인보다 만성적으로 반응
재범방지교육도 받을 때만 반성
"의료기관 치료 확인 후 운전 등
강력한 해외사례 검토해 볼 만"


연예인과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반인들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집합금지 시기를 제외하고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한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으로 음주운전의 낮은 처벌 수위와 함께 잦은 언론 노출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진 것을 지목했다.

음주운전자들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막연하고 안일한 인식에 운전대를 잡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처벌 수위를 강화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관리와 적발 시 처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법체계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최근 5년간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음주운전 단속건수는 62만4636건이다. 2019년 13만772건에서 코로나19로 집합금지가 시행됐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1만7549건과 11만5882건으로 다소 감소한 뒤 2022년 13만283건, 2023년 13만150건 등 다시 증가 추세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증가 원인 중 하나는 언론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일 보도되는 음주운전이 경계심을 느슨하게 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음주운전자들의 인식 문제가 가장 크다"며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유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때문인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위험도가 일반인들의 인지에 충분히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 음주운전 후 적발된 음주운전자들은 운전대를 잡은 이유로 '안일함'을 꼽았다. 대부분은 '대리비가 아까웠다' '음주운전 단속이 없는 날이어서 했다' '시골이라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등의 마음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4세 유씨는 지난 2022년 3월 수원 인계동에서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유씨는 "5시간 정도 잤으니 괜찮겠지 생각했다"며 "음주운전자 교육만 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매주 교육을 받으러 온다. 그 사람들을 보며 교육을 받을 때마다 반성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초반의 A씨는 지난해 7월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A씨는 40km가량 되는 고향집에 갔다 음주 후 자취방으로 돌왔다. 신고를 받고 자취방 앞으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끊임없이 반성한다고 전했다. A씨는 "피곤하기도 했고 당시 음주운전 단속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5년 이내 2번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이들에 대해 음주 측정 시동 잠금 장치 제도가 시행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 음주운전자 관리와 함께 음주운전 적발 시 확실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우리나라 교통법이 경제적 제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이라며 "독일은 음주운전을 할 경우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인정돼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의료기관에 음주 중독 치료를 확인 받은 후 다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재범부터는 엄벌이 필요하다"며 "재범에 대해 관대하게 처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줘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현준 변호사는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학술지를 통해 "단순 처벌 강화 내용으로 개정하기보단 적절한 형량범위 내에서 확실하게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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