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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사설] 부동산 PF 부실 정리, ‘버티기’는 엄히 다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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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내달 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미정리 사업장이 많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한다. 현장점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실 PF 정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새마을금고와 함께 부동산 PF 리스크의 핵이다. 금감원의 사업성 평가 기준 4단계 중 위험도가 높은 유의(C등급), 부실우려(D등급) 사업장 비중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47.1%로 가장 많다. 저축은행이 21.4%로 그다음이고, 이어 증권사 12.5%, 캐피털사 8.7% 순이다.

해당 저축은행이 상황의 심각성에 걸맞게 대처하는지 의문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약 12조 원 중 현재 1조9000억 원(15.8%) 규모가 정리됐다. 새마을금고는 2조7000억 원 가운데 7000억 원(26%)가량을 처분했다. 반면 저축은행은 대상 사업장 2조1000억 원 중 1800억 원(8%)에 그쳤다. 증권업계(13.5%)보다도 낮은 정리 실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편승해 위기를 넘기려는 요행 심리가 리스크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실제, 금리 변화에 힘입어 부동산 업황이 회복되면 손실을 만회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경·공매 입찰가로 대출원금 대비 120~130% 수준을 책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버티기 전략이 횡행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막으려면 배짱 행태를 용납해선 안 된다. 일부 저축은행이 경·공매 대신 투자금을 출자한 펀드에 부실 채권을 넘기는 일종의 ‘파킹 거래’ 논란도 볼썽사납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전체 금융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16조5000억 원 중 21조 원(9.7%)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이 급증하고, 연체율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메스를 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반칙과 꼼수가 난무하는 수술이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특정 업권의 모럴 해저드가 금융업 전반으로 번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부동산 PF 연착륙까지 갈 길은 멀다. 사업 초기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2금융권 전용 상품인 토지담보대출도 심상치 않다. 6월 말 기준 24조1000억 원의 토담대 연체율은 1년 새 8.34%포인트(p) 오른 14.42%를 기록했다. 지역별 연체율이 최고 22%인 곳도 있다.

부동산 PF 재구조화를 위해 급한 것은 현장의 진화작업만이 아니다.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부동산 PF 연쇄 부실을 부르는 시행사의 저자본·고차입 구조를 이참에 뜯어고쳐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3%만으로 10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한다.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무모한 사업 모델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다. 미국 등 선진국 자기자본비율 30~40%의 10분의 1 수준이다. PF 사업을 한눈에 파악하는 관리체계 구축을 골자로 여야가 공동 발의한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통과와 실행도 시급하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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