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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미국에 역전당한 잠재성장률… '구조개혁'으로 성장동력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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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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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가 저성장 늪에 빠지기 전에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멈추고 끌어올릴 정책 조합이 시급하다. 대통령과 정부 경제팀, 여야 정당 모두의 몫이다.[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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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8월 수정 전망치 0.5%보다 0.4%포인트 낮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는커녕 한은 전망치(2.4%) 달성도 쉽지 않다.

3분기 성장 부진은 수출 감소 때문이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화학제품 중심으로 0.4% 감소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도 심상찮다. 7~8월 두자릿수였던 증가율이 9월에 거의 반토막 났다. 성장률 기여도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로 거의 1%포인트 갉아먹었다.

12개월 연속 증가해온 전체 수출도 10월 1∼20일 327억6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미국ㆍ중국 간 무역 마찰이 심화하는 점은 수출전선의 암초다.

문제는 2ㆍ3분기 저성장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추정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다. 2020~ 2021년 2.4%였던 것이 2022년 2.3%로 내려가더니 지난해 2.0%로 더 떨어졌다. 최근 5년 새 0.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에 머물렀고,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사이 경제규모가 한국의 16배이고 제도가 성숙한 미국은 반등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로 상승했다. 지난해 2.1%로 올라선 뒤 올해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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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부터 이태 연속 한국(2.0%)을 추월했다. 잠재성장률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인 노동력이 양국의 위치를 바꿔놨다. 한국은 저출산ㆍ고령화 영향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했지만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산업구조 개편이 더디고 서비스산업 경쟁력도 약한 데 비해 미국은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발전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ㆍ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최근 잠재성장률이 오르는 추세다. 영국은 2020년 0.9%에서 지난해 1.2%, 올해 1.1%로 상승했다. 독일도 2020년 0.7%에서 등락을 거듭해 올해 0.8%로 올랐다.

한 나라의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이 영향을 미치는 잠재성장률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소득 수준도 높은 미국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경제가 역동성을 잃었다는 위험 신호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0년 0.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보고서)도 나와 있다.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가 꼽힌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674만명(전체 인구의 71.1%)에서 2072년 1658만명(45.8%)으로 급감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인 노년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는다. 저출생 해소가 시급한데 윤석열 대통령이 부총리급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신설하겠다는 인구전략기획부는 부지하세월이다.

저성장 늪에 빠지기 전에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멈추고 끌어올릴 정책 조합이 시급하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실정에선 고령층과 여성 인력의 활용도 제고와 생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이 절실하다. 근로자도, 기업도 필요에 따라 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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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바이오 등의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인력 확보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산업 대전환도 굼뜨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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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앞선 산업 분야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하는 판에 세수 결손 등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할 재정의 여력도 부족하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ㆍ이차전지 등을 키우기 위해 기술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이자 전략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인력 확보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산업 대전환도 굼뜨다.

최상목 경제팀이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등 3개 축의 '역동경제' 로드맵을 제시하며 구조개혁 드라이브를 선언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각종 지표와 산업현장, 시장이 기진맥진 상태임에도 경제팀은 "수출은 잘되고 내수는 회복 조짐"이라며 낙관론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구조개혁이 탄력을 받으려면 계층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권의 역할이 긴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산더미인데, 대통령실과 여야 정당들은 반목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힘겨루기 정쟁에 함몰돼 있다. 대통령과 정부 경제팀, 여야 정당은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더 이상 민생과 국정 현안을 외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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