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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새빨간 모자 쓴 저 사람들 뭐야”…이 도시 점령한 성조기 부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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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시추·수송 산업 비중 큰
펜실베이니아 교외 딕슨시티에서
트럼프 서포터들 수십명 몰려 집회
“도로·다리 재건위한 마지막 기회”
‘벨웨더 카운티’ 노샘프턴 투표장선
해리스·트럼프 후보 지지 ‘백중세’


매일경제

트럼프 버스 앞에 몰린 지지자들 2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동부의 딕슨시티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버스 투어’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 있다.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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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동부 교외지역에 위치한 딕슨시티. 쇠락한 공업 도시임을 보여주듯 거리의 주택들은 지은 지 수십년은 된 듯한 낡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 집 앞에는 어김없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켓들이 놓여있다.

필라델피아 북쪽의 이 작은 도시는 한 때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스크랜턴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날 도시 외곽의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기업 앞에는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 모자·티셔츠 차림의 50~80대 백인 100여명이 몰려들어 있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구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쓰여져 있었다.

이날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매트 휘태커와 트럼프 재임 당시 재무부 홍보담당 차관보였던 모니카 크롤리 등 ‘팀 트럼프’의 버스투어가 있는 날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버스가 도착하자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들을 맞이했다.

버스에서 내린 휘태커 전 장관이 셰일가스 산업과 남부 국경의 불법이민자 문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미국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청중들은 목소리를 높여 “그렇다”고 외쳤다.

‘팀 트럼프’가 딕슨 시티를 찾은 것은 이 지역이 셰일가스와 관련된 산업의 비중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딕슨 시티는 펜실베이니아주 동북부인 라카와나 카운티에 속해있다. 인근 지역인 서스퀘하나, 브래드포드, 와이오밍 카운티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채취하면 라카와나 카운티 지역에 구축된 파이프라인이 이를 수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연히 셰일 가스와 관련된 산업이 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시추를 확대해 미국산 에너지 생산을 늘리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은 이 지역 주민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히 이 지역 주민들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프래킹(수압파쇄법·셰일가스 시추방식)에 반대했다가 다시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 지역에서 셰일가스 산업에 종사하는 60대 백인 남성 쳇 멀릭 씨는 “셰일 가스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이 지역의 미래도 이곳에 달려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 지역이 발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래킹(셰일가스 시추방식인 수압파쇄법)은 우리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이지만 해리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60대 백인 여성인 크리스티나 로빈 씨는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프래킹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트럼프’의 일원으로 참여한 크롤리 전 차관보는 “해리스는 분명히 프래킹을 금지시킬 것이고 펜실베이니아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도 만날 수 있었다. 70대 백인 남성이자 지질학자인 존 멜로 씨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는 이 나라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프래킹이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어떤 기업은 잘 하지만, 또 어떤 기업은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규제가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해리스 지원사격 나선 미셸 오바마 2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두고 미시간주 캘러머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오른쪽)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원에 나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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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 시티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는 노샘프턴 카운티가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지표’ 역할을 하는 ‘벨웨더(Bellwether) 카운티’로 꼽힌다. 7개 경합주의 500여개 카운티 가운데 2016년 트럼프를 찍고, 2020년 바이든을 찍었던 10개 카운티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전투표 마감인 29일을 일주일여 앞둔 이곳에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선거관리 지원을 위해 이곳에 파견된 경찰관은 “전날(21일)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었는데 마감일을 앞두고 이틀간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었다”며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은 순수하게 투표를 위한 사람들인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장에서 만난 사람 11명에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 물었더니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 5명,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5명,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1명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여론조사처럼 정확하게 동률을 이루고 한 명의 미결정 유권자를 만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남성 레이 라이트 씨는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국민이나 이민자들, ‘개와 고양이’ 같은 경멸적인 말을 하고 폭력을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인 여성 베스 프리먼 씨는 “여성의 권리가 투표에 달려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이 나라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 조이스 씨는 “이 나라에 트럼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공약과 정책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대니얼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이 다시 한 번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며, 전 세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인 남성 브라이언 키블러 씨는 “나는 오늘 투표하지 않았다”며 “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은 격전지 미시간 남서부의 캘러머주에서 열린 유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여성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의 싸움은 미래를 위한 싸움이자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본적 자유에 대한 싸움”이라며 낙태권 문제를 부각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나는 느린 변화속도에 대해 많은 분노와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해한다”고 밝히며 남성 유권자들을 향해 “이번 선거에서 바른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여러분들 부인과 딸, 여러분의 어머니, 우리 여성들은 여러분들 분노에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시간주 남동부 노바이 유세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강력하게 지지를 받는 정책인 불법이민자 이슈와 관련해 언급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다른 나라의 국가건설과 국경 설립, 외국 땅 보호 등을 해주던 오랜 세월을 뒤로 하고 우리는 우리 조국을 건설하고, 우리 국민을 돌보고, 우리의 국경을 수호하고, 우리의 시민들을 보호하고, 불법 이민자 입국을 영원히 불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딕슨시티(펜실베이니아주)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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