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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란 군사시설 핀셋 타격... 네타냐후 “모든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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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26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과 이란 남서부 3곳의 군사시설을 전격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중요한 고체 연료 혼합 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향후 이란의 미사일 생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란 언론들은 이번 공격으로 자국 군인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대이란 보복공격 이틀 전인 24일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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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격은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 전역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발사한 것에 대한 맞대응(재보복)이다. 이란은 당시 공격을 ‘저항의 축(이란의 후원을 받는 반(反)이스라엘 무장 조직)’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수장인 이스마일 하니예와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에 제거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정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하루 뒤인 27일 “공격은 정확하고 강력했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말처럼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에 타격을 입혔지만, 석유 생산 시설이나 핵 시설 등 핵심 시설을 피해 대체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진행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공습 규모에 비해 피해도 비교적 경미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확전을 피하려 서로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나라는 지난 4월에도 혁명수비대 간부 2명이 사망한 이스라엘의 시리아 이란 영사관 건물 공습을 계기로 보복과 재보복을 주고받았지만 대규모 충돌로 확전되지는 않았다.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은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오전 2시 15분쯤 테헤란에서 폭발음이 수차례 들리면서 첫 번째 공습이 확인됐다. 이스라엘군도 긴급 성명을 내고 “(10월 1일 공습 등)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테헤란 주변 군 시설 등에 공격을 시작했다”며 이스라엘군 F-15와 F-16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어서 두 번째 공습이 테헤란 인근과 남서부 시라즈에, 세 번째 공습이 후제스탄, 일람 등에 약 1시간 간격으로 쏟아졌다.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인근에서도 폭발이 발생하면서 항공기 이착륙이 일제히 중단됐다. CNN과 NBC, 액시오스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첫 번째 공습은 이란의 방공 미사일 발사대와 레이더 기지 등 방공망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공습은 미사일과 드론 기지와 생산 시설에 집중됐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새벽 2시쯤 시작된 공습은 4시간 만인 오전 6시쯤 끝났다. 총 100여 대의 드론과 전투기가 군사시설 20여 곳을 공격했다. 이 작전에는 ‘회개의 날(days of repentance)’이란 이름이 붙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와 미사일의 섬광,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폭발음이 나는 모습 등 이란 현지인들이 찍은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이스라엘은 일단 “공습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작전 종료 후 “이란이 지난 1년간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해 온 미사일과 드론 제조 시설을 집중적으로 노렸고, 이란의 지대공미사일과 방공 역량도 함께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필요한 경우 추가 표적을 선택해 타격할 수 있다”고 이란에 경고했다.

이란은 반면 “피해가 경미하다”며 태연한 입장을 내놨다. 이란 공군 방공사령부는 “방공망이 이스라엘 공격을 잘 막아내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도 “공습으로 작은 피해만 있었다”며 “국민들은 유언비어에 신경 쓰지 말고 정부의 공식 발표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등이 앞장서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 등 격한 표현들이 동원되던 이전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의 체면은 살리면서, 확전은 피하는 이른바 ‘약속 대련’을 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공습을 받은 뒤 25일 만에 단행됐다. 이란이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준 셈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또 “이스라엘이 공습 전날 네덜란드 등 제3국을 통해 이란에 공습 관련 정보를 미리 알렸다”고도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공습 정보를 흘리면서 “만약 (이번 공격에) 대응할 경우 더 중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다”라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 연료 혼합 시설을 파괴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즉각 보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 내 강경파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예 대응이 없으면 ‘저항의 축’을 이끌어온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보복에 나서라’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경우 지난번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총성 없는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 장관은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안전보장위원회 긴급 소집을 요청하고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규탄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전날 공격 직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과 통화를 했고,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안보와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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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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