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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친윤·친한 표대결땐 공멸”… 與, 특별감찰관 확전 자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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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 개인에게 반대한 것 아냐

당대표로서 여러 이견 내는 것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라 생각”

조선일보

박정희 45주기 추모식서 만난 韓·秋 -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5기 추모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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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7일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는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청년 1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제가 당대표로서 여러 가지 이견을 많이 내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청년 지지가 없으면 우리(국민의힘)는 망한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날 언급은 자신의 김 여사 관련 요구가 윤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야권의 대통령 탄핵 공세에 맞서 정부·여당 등 여권 전체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란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9월 추석 연휴 직후 여권이 처한 난국을 돌파할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핵심 이유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는 데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부터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성사된 지난 21일 ‘윤·한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자,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등 여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면서 여권이 분열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한 대표가 “(나는) 대통령 개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자신의 김 여사 리스크 해소 요구가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인 차별화 시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 측 인사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요구하면서 야권의 ‘윤석열 정권 흔들기’에 동조한다고 하지만, 한 대표는 여권이 선제적으로 변화·쇄신함으로써 야권의 탄핵 공세를 막자는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부총장도 이날 “우리가 그간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당’이라고 비판해왔는데, 특별감찰관마저 거부하는 순간 우리는 ‘김건희 방탄당’이라는 낙인찍히는 걸 피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 대표도 최근 주변에 “내가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한 야권의 ‘윤 대통령 탄핵’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국민의힘 친한·친윤계가 내달 초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양측이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려 할 경우 어느 쪽이 이기든 여권은 걷잡을 수 없는 분열로 치달아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천 방침에 “원내(院內)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었던 추경호 원내대표가 최근 며칠간 당대표·원내대표 권한 논란과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도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문 산악인도 높고 험한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돌다리를 두드리며 확인해주는 꼼꼼한 동료, 미로 속에서 함께 길을 찾아 줄 눈이 밝은 동료가 필요하다”고 한 것을 두고도 한 대표를 향해 협의를 제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추 두 사람이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로 치달을지를 두고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친한계 모두 겉으론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신중론도 적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직을 맡은 한 친윤계 의원은 “물밑에서 대화하고 조율해야 할 사안을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하자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라고 했다. 친한계의 한 의원은 “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자신의 충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것으로 안다”며 “그와 동시에 당내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통화에서 “표결은 분열, 나아가 탄핵의 문을 여는 길이 될 수도 있다”며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조만간 회동해 특별감찰관 추천 등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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