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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슈 5세대 이동통신

美·유럽에선 5G 품질 개선 주파수 거래 활발한데… 韓 정부, 계획만 내놓고 시행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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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 챗GPT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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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동통신사 간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주파수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고, 주파수를 확보한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주로 거래되는 주파수는 2~4㎓(기가헤르츠) 저대역이다. 도달 범위(커버리지)가 넓은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 5G 서비스를 더 많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주파수는 통신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주파수 대역이 확대되면 차량이 오가는 도로 폭을 넓힌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트래픽이 몰릴 경우 주파수 대역 폭이 넓어야 원활하게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이동통신사의 추가적인 5G 주파수 할당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국내 통신사 간 주파수 양도·임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시행할 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해외 주요국들은 정부의 승인 하에 민간 차원에서 자유롭게 주파수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미국의 경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 美·유럽서 이통사 간 5G 주파수 대역 거래 활발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버라이즌은 이달부터 US셀룰러의 미사용 5G 저대역 주파수(3.7~4.2㎓)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비용은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버라이즌은 5G 사용량 증대로 인해 발생하는 네트워크 혼잡을 막기 위해 추가 주파수 대역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인 티모바일(T-Moblie)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파수 대역을 인수해 네트워크 품질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모바일은 2.5㎓ 대역 주파수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티모바일은 지난 5월 US셀룰러가 보유한 5G 주파수 대역 30%를 44억달러(약 6조720억원)에 인수했다. US셀룰러의 무선사업부 일부를 인수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자원도 얻게 된 것이다. 티모바일은 미국 농촌 지역 5G 서비스 확대를 위해 보유 주파수 대역을 늘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티모바일은 미활용 주파수 대역(3.45㎓)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네트워크 품질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헝가리 이동통신사 마자르 텔레콤(Magyar Telekom)은 경쟁사인 예텔(Yettel)에 2.1㎓ 주파수 대역을 양도했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LTE(4세대 이동통신), 5G 주파수 대역을 늘리기 위해서다. 나이지리아 통신사 ‘MTN 나이지리아’도 현지 4위 통신사인 9모바일(9mobile)의 주파수 인수를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 간 주파수 거래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요구하는 주파수 할당 대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4%를 주파수 할당 대가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이 내놓은 주파수 대역을 사들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과기정통부, 2년 넘게 5G 추가 주파수 할당 안해… 주파수 거래 자율로 해결해야

국내에서도 주파수 추가 공급 요구가 꾸준히 나온 만큼, 주파수 거래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2년부터 활용 중인 3.6~3.7㎓ 주파수 대역에 인접한 3.7~3.72㎓ 대역을 요구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년 넘게 주파수 할당 계획을 내놓지 못하다, 지난 9월에서야 5G 추가 주파수를 쪼개서 주지 않고 광대역폭으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현행법상 특정 통신사가 파산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업자 간 주파수를 임의로 양도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파수를 활용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복잡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주파수를 공공재로 보는 성향이 강한데, 해외처럼 통신사가 보유하는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추가 주파수 공급이 필요한 통신사들이 서비스 품질을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가 없다. 통신사에게 주파수 거래 자율성을 부여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발표한 제4차 전파진흥기본 계획에서 전파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 간 주파수 양도·임대 시범 사업을 조만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일자는 미정이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통신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면서 “주파수를 인수하는 데 비용을 줄일 수록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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