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9 (화)

중도보수층 접수한 일 입헌민주당, 당장 정권 교체 가능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가 27일 일본 도쿄 당 본부에서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민당 총재와) 총리 지명을 겨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직을 따러 가는 게 당연하다.”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기존 98석에서 50석이 늘어난 148석(총 465석)을 확보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는 정권 교체 의지를 강조했다. 12년간 계속된 자민당 독주 체제에서는 국회 총리 선출 선거는 실질적 의미가 없었으나, 입헌민주당의 총선 선전으로 노다 대표 발언에도 무게가 실렸다.



입헌민주당이 세자릿수 의석을 확보한 것은 입헌민주당의 전신 격인 옛 민주당이 총선 참패로 자민당에 정권을 빼앗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물론 입헌민주당이 당장 정권 교체에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입헌민주당이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 그리고 공산당 그리고 레이와신센구미까지 모두 끌어들여도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한다. 당내에서도 섣불리 정권 교체에 나서기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이 가능한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당 중진 의원의 말을 빌려 “정권을 맡을 준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에 대한 국민 신뢰와 기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입헌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노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입헌민주당 대약진으로 선거 직전이던 지난달 말 새로 대표에 오른 노다 전 총리의 입지가 강화됐다. 노다 대표는 옛 민주당 시절부터 야당 내 대표적인 우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행 평화 헌법 개정을 주장한다. 총리 시절인 지난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강점기 반출 도서 5책을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당시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노다 당선자는 총리 퇴임 뒤 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 첫 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합의했는데, 이후 집요하게 위안부 문제를 물고 늘어져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가 대표에 오르면서 기존 입헌민주당 지지 기반인 리버럴 성향 유권자 표뿐 아니라 중도 보수층 유권자층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자민당의 최대 약점인 ‘비자금 스캔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쓴 점도 적중했다.



선거 다음날인 28일 노다 대표는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렌고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기자단에 “특별(임시) 국회를 항해 각 당과 성의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임시 국회에서 다른 야당과 연대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노다 대표의 의도가 실현될 수 있는지 열쇠는 입헌민주당과 같이 옛 민주당에 뿌리를 둔 국민민주당의 움직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 자릿수 의석(7석)에 그쳤던 국민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4배가 넘는 28석을 차지했다. 국민민주당은 입헌민주당보다 보수색이 강하고 이 때문에 자민당의 러브 콜도 받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선거 직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정책에서 일치하는 면이 있다면 특정 정당이나 여·야를 불문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